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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홍석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홍석현 회장의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읽으며 나는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그가 말했듯이, 우리는 정말로 '어른이 귀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들, 젊지만 성숙한 사람들을 보며 어른이 되는 것이 단순히 시간의 경과가 아님을 깨닫는다.
저자가 강조한 '비평가가 아닌 주인으로 살라'는 메시지는 특히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로 '온갖 일 비평가'들이 넘쳐난다. SNS에는 자신이 직접 해본 적 없는 일들에 대해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심지어 개인의 삶의 선택까지도 말이다. 나 역시 돌아보니 비평가의 자세에 익숙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성공을 보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평가하거나, 실패를 보며 '당연한 결과'라고 단정짓곤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직접 일구어 본 적이 있었나? 작은 일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해 본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는 것이다.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실패했을 때의 아쉬움도 모두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평가로 있을 때는 안전하다. 잘못되어도 내 책임이 아니니까. 하지만 주인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내 몫이 된다.
리콴유 총리의 "참새나 독수리나 똑같다"는 말은 비교 의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더 큰 회사,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집, 더 뛰어난 자녀... 끝없는 비교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해내느냐이다. 참새는 참새대로, 독수리는 독수리대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참새가 독수리를 부러워하며 하늘 높이 날려고 무리하다가는 오히려 자신의 본분을 잃을 수 있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국가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작은 기업이라고 해서 경영이 쉽고, 큰 기업이어서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각자의 규모와 상황에 맞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며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 규모에 맞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저자가 서예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간다. 잠깐의 여유도 없이,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 우리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온갖 잡념으로 가득하고, 선입견으로 물들어 있지는 않은가? 서예든, 명상이든, 독서든, 운동이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걷기를 통해 이런 시간을 갖는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걷다 보면, 처음에는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하지만 계속 걷다 보면 차츰 마음이 고요해진다. 그때야 비로소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가의 작은 꽃, 나무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도.
저자가 말한 '조건 없는 행복'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행복관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늘 조건부 행복을 추구한다. '~하면 행복할 거야', '~가 되면 만족할 거야'. 하지만 그 조건들을 달성해도 또 다른 조건이 생긴다. 행복의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우리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감사할 거리를 찾는 것이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내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철학도 인상적이다. '권력은 사용하지 않을 때 가장 강하다'는 통찰은 많은 리더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진정한 힘은 힘을 과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겸손에서 나온다. 현대 사회의 많은 리더들이 이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권력을 얻는 순간 그것을 남용하려 하고,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리더의 판단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점도 무겁게 다가온다. 개인의 판단 실수는 개인이 감당하면 되지만, 리더의 판단 실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더 큰 책임감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조건 없는 만족감을 갖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생에 걸친 수양과 경험이 필요하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운 면이다. 홍석현 회장의 책을 읽으며, 나도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비평가가 아닌 주인으로, 비교가 아닌 최선으로, 조건부가 아닌 무조건적 만족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진정한 힘이 될 것 같다. 어른이 되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더 성숙해지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