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PTO.AI - 블록체인과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다
김기영 외 지음 / 키랩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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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과 사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RYPTO.AI》는 이 두 기술이 단순히 병렬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많은 이들이 AI와 블록체인을 경쟁 관계로 인식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AI가 '생성'의 힘을 발휘한다면, 블록체인은 그 생성물의 '진위'와 '소유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마치 창작자와 공증인의 관계와 같다. 하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고, 다른 하나는 그 가능성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수행한다.

ChatGPT의 등장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의 AI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도구였다면,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범용적 지적 능력을 보여주며 인간의 인지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번역, 요약, 코딩, 창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며, 우리의 일상과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인간이 창작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진위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허위정보 확산, AI 생성 이미지로 인한 저작권 침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정말 인간의 작품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AI 시대의 딜레마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제시한다. 분산원장 기술의 핵심은 중앙 권한 없이도 거래와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불변의 형태로 기록하여, 창작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이미지라면 그 생성 과정, 사용된 데이터셋, 알고리즘의 종류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이 창작한 작품이라면 그 증거들을 체인 상에 남겨 향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신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OpenAI의 창립자이자 AI 분야의 선구자인 Sam Altman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Worldcoin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Proof of Personhood(인간 증명)'라는 개념을 통해 AI와 인간을 구분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Worldcoin은 홍채 스캔을 통해 개인의 고유성을 검증하고,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해당 사용자가 실제 인간임을 증명한다. AI가 점점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간 증명' 시스템은 디지털 세계에서의 신원 확인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Story Protocol은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창작물의 원본성을 증명하고,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기여도를 자동으로 추적하며, 그에 따른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Story Protocol에 등록했다면, 이후 AI가 이 소설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여 유사한 작품을 생성할 때마다 원작자에게 자동으로 로열티가 지급된다. 이는 AI의 창작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원본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블록체인은 AI의 또 다른 약점인 중앙집권적 컴퓨팅 구조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Google, Amazon, Microsoft와 같은 거대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전 세계의 유휴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여 더욱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AI 모델의 훈련과 추론 과정이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분산되며, 기여도에 따라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는 AI의 발전 혜택이 소수의 거대 기업이 아닌 생태계 전체에 공유되는 구조를 만든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모든 문제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고질적 문제인 확장성과 에너지 소비 문제가 있다. AI 서비스는 대용량 데이터와 빠른 처리 속도를 요구하는데, 현재 블록체인 기술로는 이를 완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 또한 AI 모델 자체가 블랙박스 성격을 가지고 있어, 블록체인에 기록된 메타데이터만으로는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AI와 블록체인 모두 기존 법적 프레임워크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두 기술이 결합되면서 규제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개인정보 보호, 금융 규제,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마다 AI와 블록체인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규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다. AI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과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신뢰와 투명성이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기술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진정한 디지털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AI와 블록체인은 모두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 고민,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CRYPTO.AI》가 제시하는 비전은 기술 유토피아가 아닌,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발전해 나가는 현실적인 미래다. 이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인문학적 성찰과 사회적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혁명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이 강력한 도구들을 다루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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