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모른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김태환 지음 / 새벽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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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함께 살아갈지, 어떤 가치관을 추구할지까지. 이 모든 선택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깊은 철학적 질문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들 말이다. 철학이 없는 인생이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목적지도, 방향도 모른 채 떠다니는 삶. 겉보기에는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류 상태다. 반면 철학적 사유를 동반한 삶은 비록 때로는 더디고 험난할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안다. 이번에 책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철학을 모른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논리적 명제만이 아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철학적 선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이 주는 의미는 더욱 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잃어버린다. SNS의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잃고,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적 성찰이다. 나의 존재 자체가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삶을 평가해야 한다는 깨달음 말이다. 철학은 우리에게 존재론적 확신을 준다. 아무리 세상이 나를 평가절하해도, 내가 사유하고 성찰하는 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런 철학적 토대 없이는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에리히 프롬이 지적했듯이, 진정한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그 결과를 감당하는 책임을 포함한다. 철학이 없는 삶에서는 선택을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환경 탓으로 돌리기 쉽다. "부모가 시켜서",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하니까". 이런 식의 선택은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철학적 사유가 동반된 선택만이 진정으로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철학은 우리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후회 없는 삶인지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세우게 한다. 이런 원칙 없이는 매번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감정의 차원에서만 이해하고, 관계의 어려움을 단순히 상대방의 문제로 치부한다. 프롬의 통찰처럼,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 행위다. 일시적인 감정의 고조가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기술이다. 이런 철학적 이해 없이는 감정이 식으면 관계도 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철학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갈등이 생겼을 때도 관계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의심이 따른다. 철학이 없는 사람은 이런 부정적 경험을 단순히 불행으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철학적 사유를 통해 바라보면, 고통과 의심조차 성장과 깨달음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의심을 지혜의 시작이라고 했다. 확신 없는 의심이 불안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를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맹목적인 확신보다는 건전한 의심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보여주듯이,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어떻게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철학은 우리에게 역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풍요로운 물질적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현대인들이 공허함과 불안감을 호소한다. 왜 그럴까? 이는 외적인 풍요로움에 비해 내적인 충실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지만, 왜 그것을 원하는지는 모르는 상태. 목표는 있지만 그 목표가 진정 나의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 이런 혼란 속에서 철학적 성찰만이 진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게 한다.

철학은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삶의 지혜다.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부터 인생의 큰 결정까지, 모든 순간에 철학적 사유가 개입되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선택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정말 나의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적 삶이다. 철학 없는 인생은 표면적으로는 문제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방향성을 잃은 삶,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삶, 진정성이 결여된 삶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철학적 성찰을 동반한 삶은 비록 때로는 어렵고 복잡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삶이 진정으로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철학이 없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은, 성찰 없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유하지 않는 삶은 단지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는 삶은 시간을 의미 있게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창조적 삶을 살아갈 책임과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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