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무너지지 않는다
가토 다이조 지음, 이구름 옮김 / 밀리언서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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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가을 저녁,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거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노란 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며 바닥을 수놓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최근 몇 달간 나를 괴롭혀온 불안과 혼란,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자책의 순간들이 마치 그 떨어지는 잎사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바람에 유연하게 몸을 맡기며, 보이지 않는 뿌리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땅속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이해했다. 흔들림이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증명이자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이번에 이 흔들림의 심리학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신간을 읽었다. 가토 다이조의 <흔들려야 무너지지 않는다>였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것이 성숙함의 표시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슬플 때도 괜찮은 척, 화가 날 때도 참는 것이 미덕인 양 행동해왔다. 마치 감정이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독소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깨달은 것은, 감정이야말로 우리 내면의 가장 정확한 나침반이라는 사실이다. 불안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이고, 분노는 소중한 가치가 침해당했다는 경고이며, 슬픔은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애도의 과정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무시하고 묻어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 우리를 좀먹으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더 큰 폭발로 돌아온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내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려 애써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의 진정한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치 고장난 나침반을 들고 길을 찾으려는 것과 같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게 우리의 현재를 지배한다. 나 또한 어릴 적 받은 작은 상처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반응 패턴을 좌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느꼈던 실망감과 죄책감이, 지금도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왜곡된 신념이 내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처음에는 고통스러웠다. 내가 그토록 애써 만들어온 '강한 나'의 모습이 사실은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방어기제에 불과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해방감도 느꼈다. 이제야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해왔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두려워하도록 가르친다.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고, 숨겨야 할 것이며,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성장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모두 실패와 좌절을 겪었던 시기였다. 몇 년 전,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을 때가 그랬다. 처음에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나는 내가 얼마나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내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실패는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무엇보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몸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듯, 마음의 근력도 일상의 작은 실천들을 통해 길러진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5분간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복잡한 기법은 아니고, 그저 내 호흡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려 노력한다. 또한 하루의 끝에는 감사 일기를 쓴다. 아무리 힘든 하루였어도 감사할 일 세 가지를 찾아 적어본다. 처음에는 억지로 짜내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발견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실수할 때마다 "왜 이렇게 바보 같니", "또 실수했네" 같은 가혹한 말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실수할 수 있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내 전반적인 자존감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어쩌면 오늘도 어떤 흔들림 속에 있을지 모르겠다. 그 흔들림이 두렵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해 본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살아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흔들림을 견뎌내고 있는 나는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흔들리면서도 일어서고, 넘어져도 다시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은 그 어떤 완벽함보다 숭고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우리도 흔들리면서 더 깊이 뿌리내리자. 그 뿌리가 우리를 지탱해 줄 것이고, 언젠가 더 큰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흔들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바로 여기서부터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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