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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환자들이 시골 병원으로 오십니다 - 〈내과의사 사이먼〉의 기능의학 처방전
오기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살아가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몸의 신호를 무시하는 법을 배웠다. 피곤하면 커피로, 아프면 진통제로,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해진 삶의 연속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오기창 원장의 이 책을 만났을 때,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집 마당의 우물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래서 환자들이 시골 병원으로 오십니다>.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환자들이 시골 병원으로 가는 것일까? 첨단 의료장비와 전문의들이 즐비한 대형 병원들을 두고 말이다. 그 답은 책을 읽어가며 서서히 드러난다. 그곳에는 몸을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로서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한다면, 기능의학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단순한 접근법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다.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몸 스스로의 치유력을 깨우는 것이다. 저자는 인체의 30조 개 세포 하나하나가 끊임없이 손상과 복구를 반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복구보다 손상이 많아질 때 질병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이 말을 읽으며,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얼마나 세포에게 가혹한지 떠올랐다. 불규칙한 식사, 만성적인 수면 부족, 끝없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이 세포 단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전쟁의 결과라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식탁혁명'이다. 음식이 곧 나를 만든다는 말이 이토록 절실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백미 대신 현미를,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단순한 건강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간헐적 단식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침을 굶을 것인가, 저녁을 굶을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있어서 실용적이었다. 우리의 생체리듬과 호르몬 분비 패턴을 고려할 때, 저녁보다는 아침을 거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경고도 깊이 새겨들었다. '트랜스지방 0g'이라고 표기된 제품에도 실제로는 미량의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작은 거짓들이 쌓여서 우리의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고와 사망을 부르는 미세 수면'이라는 제목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피곤함의 문제로만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로 해석한다. 수면 부족이 단순히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잠의 첫 3시간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 시간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뇌의 노폐물이 배출된다니, 수면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수면 시간만 신경 썼지 수면의 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8가지 건강혁명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닿은 것은 '면역혁명'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면역력의 중요성을 절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지는 막연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면역력이라는 것이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연스러운 능력임을 알게 되었다. 백혈병 환자가 약한 면역을 지키는 두 가지 지혜라는 부분에서는 질병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몸의 복원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몸은 스스로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비타민C, 비타민D, 요오드. 이 세 가지 영양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비타민C에 대한 부분은 놀라웠다. 괴혈병으로 죽어간 선원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현대인의 돌연사까지 연결하는 서술은 역사와 의학을 오가며 흥미진진했다. 젊은이들의 돌연사나 과로사가 현대판 괴혈병이라는 해석은 충격적이었다. 과거에는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없어서, 현재는 너무 많이 소모해서 결핍이 온다는 것. 결국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는 통찰이 깊이 인상에 남았다. 요오드에 대한 정보도 새로웠다. 갑상선에만 필요한 것으로 알았던 요오드가 실제로는 전신의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는 사실, 그리고 해조류를 많이 먹는 한국인들조차 요오드 부족일 수 있다는 점은 의외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변화를 느낀 부분은 약물에 대한 인식이었다. 무조건 약이 나쁘다거나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약물의 역할과 한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콜레스테롤 약인 스타틴에 대한 설명이나, 당뇨약을 끊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부분들은 희망적이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절망감에서 벗어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약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특히 고혈압약에 대한 부분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례를 든 것은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혈압약이 없어서 고혈압으로 사망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혈압약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의학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간의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중금속 배출 치료인 킬레이션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혈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현대 의학에서 주목받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유효한 치료법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관상동맥이 좁아진 환자가 킬레이션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된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스텐트 시술 대신 킬레이션으로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침습적인 수술 없이도 혈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위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마주하며 씁쓸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암이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다는 사실은 희망적이었다. 완치율이 80%라는 수치는 놀라웠다.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이 헬리코박터균 보균자인 경우 궤양 발병률이 50배나 높다는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두통이나 관절통 때문에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던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말기암 사망률보다 높은 골다공증 골절 사망률이라는 표현을 보며 경각심을 느꼈다. 뼈 건강을 단순히 노인 문제로만 여겼는데, 젊을 때부터 준비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했다. 골다공증이 뼈에 구멍이 많아서가 아니라는 설명도 새로웠다. 뼈의 질 자체가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심근경색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뼈 건강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치매와 파킨슨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부모님 세대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뇌 노폐물 배설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는 설명을 보며,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효과는 강력하지만 돈 걱정 없는 치매 치료제 3가지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비싸고 복잡한 치료법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로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이 그려졌다. 백미를 현미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타민C와 비타민D 보충, 규칙적인 수면 패턴 만들기까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습관들의 누적이 건강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16:8 방식으로 아침을 거르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 패턴을 일주일이라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책은 건강 정보서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 몸과 마음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대한 철학적 사유까지 담고 있었다. 저자의 15년간의 임상 경험이 녹아있는 생생한 사례들은 읽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몸속 최고의 의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외부의 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키워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동 지리산 자락의 작은 병원으로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곳에는 몸을 기계처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보살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치료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