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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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도원 작가가 제시하는 글쓰기의 본질은 결국 '삶의 진정성'에 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 그 크고 작은 경험들이 바로 글의 원재료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점과 선'의 비유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점이라면, 그것들을 연결하여 의미 있는 서사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선인 셈이다. 이러한 관점은 글쓰기를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의 영역에서 끌어내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상의 행위로 전환시킨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 삶 속에는 누구와도 다른 고유한 경험들이 쌓여있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비 오는 날 형에게 당한 굴욕적인 경험, 그로 인한 대인기피증과 실어증, 그리고 긴급조치 9호로 인한 제적까지. 이러한 아픈 기억들이 오히려 그를 글쓰기로 이끌었다는 역설적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회피하거나 감추려 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상처의 뿌리로 들어가서 쓰라고 조언한다. 이는 단순히 치유의 관점을 넘어서는 이야기다. 진정성 있는 글은 표면적인 아름다움이나 기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솔직하고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글을 쓸 때 좋은 이야기만, 성공한 이야기만, 보기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작가가 강조하는 것처럼 고통과 기쁨, 어둠과 빛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울림을 주는 글이 된다. 이는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고도원 작가의 글쓰기론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글쓰기를 특별한 순간의 영감이 아닌 일상적 실천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편지를 쓰며 400만 명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모습은 글쓰기가 어떻게 삶의 루틴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습관처럼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도전적이다. 우리는 보통 특별한 영감이나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며 글쓰기를 미루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주제나 소재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일단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퇴짜를 맞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동시에 글쓰기를 통한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목소리와 문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글쓰기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바로 치유와 성장이다. 그는 글쓰기를 명상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픈 부분부터 써보라'는 조언은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상처받은 경험을 피하거나 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아픔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글로써 대면하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눈물이 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에는 변곡점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글쓰기를 자기 치유와 성장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쓰기를 통한 자기 돌봄의 가능성은 매우 의미가 크다.

흥미롭게도 고도원 작가는 글쓰기에서 기술적 완벽함보다 진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문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맛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많은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글쓰기 기술들 - 6하원칙, 단문 쓰기, 고쳐 쓰기 등 - 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기술들이 글의 본질을 가리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다양한 글쓰기 기법들 - 첫 줄의 중요성, 감각적 표현, 단문의 힘 등 - 은 모두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것들이다. 결국 좋은 글이란 기교가 뛰어난 글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딱 한 사람에게 목숨을 걸어라'는 그의 조언처럼, 구체적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진심을 담아 써야 한다.

고도원 작가의 글쓰기론을 통해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나는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완벽한 문장, 논리적 구성, 세련된 표현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 - 진정성과 솔직함 - 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작가가 강조하는 '삶이 곧 글'이라는 관점은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자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삶에는 누구와도 다른 고유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은 글로 써질 가치가 있다. 특히 '상처의 뿌리로 들어가서 쓰기'라는 조언은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준다. 그동안 나는 아픈 기억들을 피하거나 미화하려고 했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 상처 속으로 정면으로 들어가서 글로 써본다면 어떨까. 그 과정에서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 있는 글쓰기가 중요해졌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문장들 사이에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날것의 글들이 오히려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SNS와 각종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매일 수많은 글들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순간적이고 피상적인 것들이다. 고도원 작가의 조언을 따라 좀 더 깊이 있게, 좀 더 진정성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본다면 어떨까. 그것이 비록 짧은 글이라 하더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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