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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 원자 단위로 보는 과학과 예술의 결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은 종종 신비롭고 감성적인 영역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예술 작품의 심장부에는 물질과 형태, 그리고 색을 창조하고 변형하는 화학적 원리가 숨쉬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스페인의 화학자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가<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에서 이야기하듯,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는 시대의 감각이자 한 사람의 선택과 세계관이 담긴 언어인 것입니다. 화학자의 시선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아름다움이 어 떻게 물리적인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또다른 접근 방법을 이야기 해 줍니다.이브 클랭의 '푸른 비너스'를 감상할 때,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그 강렬한 푸른색과 벨벳 같은 부드러운 질감입니다. 눈에 보이는 푸른색만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정교하게 구현된 특별한 안료가 주는 경험입니다. 클랭 블루로 불리는 이 독자적인 푸른색은 화학적 합성의 결과물로, 감각을 통해 색채의 무한한 깊이와 물질성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예술가는 화학의 언어를 빌려 우리가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감각적 체험을 선사하며, 이는 색채가 시각적인 정보를 넘어선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화학적 지식은 우리가 예술 작품의 색채가 지닌 비밀과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열쇠가 됩니다.예술 작품의 재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이며, 시대정신과 예술가의 의도를 담는 매개체입니다. 오래된 흑백 사진의 깊은 검은색이 주는 무게감은 단순히 시간의 흔적만이 아닙니다. 그 안료에 은과 같은 귀한 재료가 사용되었음을 알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물질적 가치까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금이 예술 작품에서 갖는 다층적인 의미는 화학과 예술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황금 변기로 자본주의와 권력의 천박함을 풍자하고, 구스타프 클림트가 순수함과 세속의 경계를 금박으로 표현했듯이, 금이라는 물질은 재력의 상징인 동시에 신성함과 영적인 초월성을 동시에 품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이는 화학 물질이 어떻게 인간의 욕망, 믿음, 사회적 가치와 얽히며 깊은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때로는 평범하거나 산업적인 재료조차 예술가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기도 합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에서 사용된 석고와 베이클라이트 같은 재료는 당대의 사치를 상징하는 물질이었습니다. 석고는 건축의 주재료였고, 베이클라이트는 열에 강한 합성수지로 전화기 케이스 등에 쓰였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재료들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와 고급스러움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거나 시대의 변화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예술가가 물질을 보는 독특한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제프 쿤스의 '튤립' 조각상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크롬이라는 재료를 통해 야외 환경에 저항하고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만들어내어 관람객 자신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화학적 특성이 어떻게 예술적 상호작용과 현대 사회의 트로피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루이스 부르주아가 '마망'이라는 거대한 청동 거미를 통해 어머니의 고귀한 존재를 표현한 것처럼, 인류 최초의 인공 합금인 청동은 재료 를 넘어 역사와 경외심, 그리고 개인적인 헌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합니다.예술은 또한 화학적 본질을 추상화하여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피트 몬드리안이 단순한 선과 색만을 사용하여 시각적 잡음을 제거하고 '절대 우주'를 구했던 과정은, 마치 화학자가 복잡한 물질에서 본질적인 요소를 분리해내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그의 '제거를 통한 구현'은 세상을 덮고 있는 외형의 베일을 걷어내어 본질을 드러내려는 시도입니다. '검은 사각형'으로 모노크롬 예술의 문을 연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빛과 심연을 색이 아닌 본질적 요소로 보았던 것과 도 연결됩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연에 검은색이 없다고 말하며 팔레트에서 검은색을 배제했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화학적 특성을 지닌 색과 물질을 통해 우리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데보라 가르시아 베요는 화학이 실험실의 전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모든 측면, 즉 사람, 사물, 음식, 심지어 감정까지도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예술 큐레이터로서 과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을 능숙하게 연결합니다. 이를 통해 화학이라는 학문이 복잡한 공식이나 실험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추억을 붉은 벨벳 끈으로 감싸 안듯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매력적인 분야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예술 작품에서 느끼는 미적인 즐거움은 결국 그 속에 내재된 질서와 우아함, 즉 과학적 진리의 아름다운 반영인 것입니다.우리 세상의 모든 것이 화학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아름다움과 진리, 그리고 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됩니다. 시간의 복잡한 본질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화학과 물리학적 원리를 통해 그 존재를 탐구하듯이, 예술 작품 속의 화학은 우리의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예술은 가장 본질적인 질문, 즉 우리가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색깔의 감정을 느끼며,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답을 화학적 언어로 은유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화학과 예술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전체가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화학적 연금술로 빛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