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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더 행복하고 더 부유하고 더 건강한 여자로 사는 법, 20주년 기념 개정판 ㅣ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가 한편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낡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가 건네준 이 책을, 나는 당시 반쯤은 호기심으로, 반쯤은 반발심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속물이 되라'는 도발적인 제목과 메시지가 20대 초반의 이상주의적 감성과 충돌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든 내가 다시 그 책을 펼쳐들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은 글자들이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마치 같은 풍경을 다른 계절에 바라보는 것처럼, 익숙한 문장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들이 스며 나온다.대학 시절의 나는 '속물'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다. 돈과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순수함을 잃는 일이라고, 어딘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첫 직장에서 급여명세서를 받아들고, 월세와 생활비를 계산하며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순수함이 아니라 무책임함일 수 있다는 것을. 남인숙 작가가 말하는 '속물'은 단순히 물질만을 추구하는 천박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 지혜였고,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는 용기였다. "현실적인 속물이 된다는 것은 꿈을 포기한다는 것과 결코 같은 뜻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이제야 진정으로 이해된다.20대는 선택의 연속이다. 전공, 취업, 연애, 결혼, 미래 설계까지. 매 순간이 갈래길이고, 그 길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향한다. 책을 다시 읽으며 가장 깊이 와닿았던 부분은 "선택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문장이었다. 과거의 나는 선택을 미루는 것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모든 문을 열어두고 싶어했고, 어떤 선택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은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며, 때로는 가장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이 결정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이 이제는 구체적인 경험들과 함께 이해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사람은 절대 일방적으로만 행복할 수 없다"는 문장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20대 초반에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 관계에서 상처받고, 실망하고, 때로는 배신당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혼자만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시간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조언도 깊이 새겨둔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되, 그 관계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감각. 이것이야말로 20대에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대학생 때는 돈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속물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면서, 돈이 물질적 욕망의 대상만이 아니라 자유와 선택권의 기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월급은 받는 즉시 저축하자"는 조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조언 뒤에 숨어있는 철학을 이해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조금 희생하는 것, 즉흥적인 소비보다 계획적인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돈 공부, 일찍 할수록 인생이 쉬워진다"는 제목의 장을 다시 읽으며, 왜 진작 이런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도 품게 된다.20대 초반의 나에게 결혼은 로맨틱한 사랑의 결실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주변 사람들의 결혼과 이혼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결혼은 감정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 빠지지 않은 남자와 결혼하면 힘들 것이다" 도발적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사랑을 위해 인내심 있게 노력할 줄 알고 성실한 사람을 만나라"는 조언에서 작가의 진심을 읽는다. 열정만으로도, 조건만으로도 부족한 것이 결혼이라는 관계의 복잡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라는 현실적 지혜다.책의 20주년 개정판을 읽으며 새삼 놀라는 것은, 시대는 변했지만 20대가 직면하는 근본적인 고민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이 바뀌고, 취업 시장이 더욱 경쟁적이 되고, 사회적 가치관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20대는 "막연한 꿈과 목표 속에 현실과 이상, 나의 욕망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기"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자신의 중심축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당하고, 무수한 정보와 선택지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의 20대들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것 같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왜 진작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있다. 더 일찍 현실을 직시했다면, 더 현명한 선택들을 했다면 지금 내 인생이 조금 더 나아졌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함도 느낀다. 20대 후반인 지금, 아직 늦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과거의 시행착오들조차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받아들임이다. 이제 나는 '속물'이라는 단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속물이 되고 싶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행복을 정의하고, 그 행복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 이상을 품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되 나 자신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기 자신을 귀족으로 대접하라"는 조언처럼, 나는 나에게 좋은 것들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에 투자할 것이다. 동시에 "공주의 손과 무수리의 발을 가져라"는 조언도 잊지 않겠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변화에 적응하며 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20주년을 맞은 이 책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이제 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적 고민들에 대한 솔직하고 현실적인 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반발심으로 읽었던 그 책을,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펼쳐본다. 같은 책이지만 다른 나로 읽는 이 경험이, 내가 정말로 성장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도 몇 년 후, 또 다른 내가 되어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 있을까? 그 미래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현재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