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캔버스
김영호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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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과 의학은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듯 보입니다. 하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영혼을 위로하고, 다른 하나는 생명을 보존하며 육체를 치유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분야는 놀랍도록 깊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와 이해가 그것입니다. 예술은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해 왔고, 의학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겪는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습니다. 이렇듯 예술은 의학적 시선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창이 되고, 의 학은 예술이 담아낸 인간의 고뇌와 희망을 더욱 깊이 공감하게 하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이번에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 본 예술 작품과 그 작품속의 의미와 치유에 대해알 수 있는 흥미로운 신간을 읽었습니다. <치유의 캔버스>

예술 작품은 그 작품 속에 구현된 아름다운 형상이나 색채의 조합을 넘어, 특정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흥미롭게 의학적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면, 우리는 과거 인류가 질병과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학파의 거장인 티치아노의 명작 '바쿠스와아리아드네' 에서 풍요와 방탕의 상징인 실레노스의 비대한 몸을 마주할 때, 우리는 신화 속 인물 속에서 당시 사람들이 인식했던 비만이라는 현상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1997년에야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정의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예술가들이 그들의 예술 속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신체적 특징과 그에 대한 인식을 담아왔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작품을 통해서, 이들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체 관찰과 소묘 드로잉을 연습하고 수련했는지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북유럽의 르네상스를 구현한 빛의 마술사라 불리우는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와 같은 작품은 당시의 의학 교육 방식과 해부학 연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범죄자의 시신을 이용해 해부학 강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는 생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당시 의학자들의 고뇌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됩니다. 이처럼 예술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 의학의 모습과 그 발전 과정을 시각적으로 증언하며,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묵묵히 이야기해줍니다.

예술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가장 솔직하고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특히 예술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작품 속에 녹아들 때, 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합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 는 예술가 중의 한명인,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이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 그가 양극성 장애, 간질, 그리고 메니에르병과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았다는 주장은 그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세상이 빙빙도는 끔찍한 어지러움을 자주 겪었던 사람이라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빛의 표현이 그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고통의 표현일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고흐는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그것을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그림은 고통과 힘듦 속에서도 희망과 극복의 의지를 담아내며,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비단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삶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역경 속에서 고흐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희망의 씨앗을 찾아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용기와 영감을 얻게 됩니다. 예술은 이처럼 인간의 가장 깊은 고통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예술을 통한 인문학적 성찰은 왜 중요할까요? 우리는 흔히 의학을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을 위한 과학적 지식의 총체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환자는 각자의 삶의 맥락과 감정, 그리고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복합적인 인간입니다. 한스 홀바인의 헨리 8세'와 같은 작품에서 우리는 신체적 질병이 한 인물의 심리 상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리8세는 노년에 수많은 질병에 시달렸었습니다. 그 육체의 고통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모습은 의학이 육체적 증상만을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인문학은 바로 이러한 인간사의 간접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는 다양한 인물의 삶과 고뇌,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의료인에게 이러한 공감 능력은 환자를 고통받는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전인적으로 돌보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술은 의학적 지식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의료인이 환자와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인식하게 돕습니다. 이번에 읽은 <치유의 캔버스>는 예술과 의학의 접점을 의사의 시선에서 본 두 영역 융합이라 할 것입니다.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인 카라바조가 그린 ' 바쿠스 '그림이 2년 만에 전혀 다른 모 습으로 표현된 것을 보며, 우리는 예술가의 의도와 표현 방식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술적,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예술 작품의 비교를 통해 시각적으로 그 차이를 인지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유추하는 과 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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