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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조용히 서재로 숨다 - 책 읽고 글쓰기에 빠진 부녀의 ‘180일 작가 프로젝트’
김기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읽고 글쓰기에 빠진 부녀의 '180일 작가 프로젝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삶에는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멈춤이 찾아 온다. 육아휴직이라는 이름의 긴 쉼표 속에서, 한 아버지는 자신의 시간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회사라는 궤도를 벗어나 집이 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그는 딸과 함께 새로운 리듬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서재였다. 서재는 책들이 꽂힌 공간 만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곳은 아버지와 딸이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탐험하는 실험실이었고,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관측소이자, 무엇보다 함께 성장하는 온실이었다. 18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 부녀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통해 특별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키보드 위에서 문장을 직조했고, 딸은 크레용으로 상상의 세계를 펼쳤다. 서로 다른 매체였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은 같았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글쓰기는 거창한 문학적 야망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하루 10분이라는 소박한 약속에서 출발했다. 블로그라는 디지털 공간에 매일 조금 씩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작은 시작이 때로는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이들은 몸소 경험했다. 블로그 포스팅은 육아의 일상, 딸과의 대화,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이 글의 재료가 되었다. 특히 딸의 순수한 질문들은 아버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아빠, 왜 어른들은 항상 바쁘다고 해?"라는 한 마디가 현대 사회의 속도감에 대한 에세이로 발전하기도 했고, "구름은 왜 떨어지지 않아?"라는 호기심이 과학과 상상력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매일 쓰는 습관이 정착되면서, 글쓰기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가 되었다.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도 글감을 발견하는 눈이 생겼고, 감정의 미묘한 변화도 문장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버지로서의 정체성도 더욱 명확해졌다.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일어났다. 딸이 그린 그림을 보며 아버지가 이야기를 만들고, 아버지의 글을 듣고 딸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창작의 협업이었다. 딸의 그림 속에는 어른이 잃어버린 자유로움이 있었다. 하늘을 나는 고양이, 무지개색 나무, 웃는 해와 달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세계. 아버지는 이런 그림들을 보며 자신의 상상력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깨달았다. 동시에 딸의 그림은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다. 이들의 협업은 동화책 제작으로 이어졌다. 딸의 그림과 아버지의 글이 만나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전문적인 출판사의 도움 없이도 창작자로서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 함께 만든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블로그 포스팅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전자책 출간이라는 더 큰 목표로 발전했다. 꼭지 20개로 구성된 전자책을 15일 만에 완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의 글쓰기 습관이 쌓인 덕분에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전자책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일관된 주제 의식이었다. 180일 동안 써온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자연스럽게 몇 개의 큰 주제로 분류할 수 있었다. 육아에 대한 생각, 독서의 즐거움, 딸과의 대화에서 얻은 깨달음,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들. 이런 주제 들이 전자책의 골격을 이루었다. 편집과 교정, 표지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순간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출간된 전자책은 비록 베스트셀러는 되지 않았지만, 몇몇 독자들로부터 따뜻한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같은 육아 휴직 중인 아버지들이나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영감을 준다는 댓글들을 읽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글쓰기가 개인적인 성장을 넘어 타인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180일 동안의 기록을 돌아보면, 가장 큰 깨달음은 일상 자체가 무궁무진한 글감의 보고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경험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어도,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침에 딸과 함께 만든 샌드위치, 공원에서 만난 길고양이, 잠들기 전 읽어준 동화책 한 권.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루고, 그 삶이 곧 글의 재료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이었다. 특히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글쓰기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어른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 기발한 상상력, 순수한 감정 표현 등은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원동력이었다. 육아라는 일상적 경험이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셈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아버지 혼자만의 성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딸 역시 아버지의 글쓰기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창작의 과정, 끈기의 중요성, 실패와 도전의 의미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더 나아가 이들의 관계 자체도 변화했다. 서로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아버지는 딸의 첫 번째 독자가 되었고, 딸은 아버지의 가장 열정적인 팬이 되었다. 이런 관계의 변화는 가족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그날 쓴 글이나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주말에는 함께 서점을 방문해 새로운 책을 고르는 것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책과 글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 역할을 한 것이다. 180일의 기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와 딸의 창작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