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중독자를 위한 관계 수업 - 복잡한 인간관계를 풀어주는 생각 정리 솔루션
닉 트렌턴 지음, 신솔잎 옮김 / 청림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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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 12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또다시 시작된다. 오늘 오후 동료와 나눈 짧은 대화가 머릿속에서 무한 재생된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을 때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 내 목소리의 톤, 그 순간의 어색한 침묵까지. 모든 것이 현미경 아래 놓인 표본처럼 해부되고 분석된다. '혹시 내가 너무 시큰둥하게 인사한 건 아닐까? 상대방이 기분 나빠했을까? 내일 다시 만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어느새 나는 관객이 아닌 무대 위의 배우가 되어 있다. 내가 만든 시나리오 속에서 끝없이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트렌턴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극장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머릿속 극장에서 비슷한 공연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친구들과 놀 때도 '내가 재미없어 보이지는 않을까', '혹시 나만 빼고 다른 놀이를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성인이 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에는 며칠 동안 온갖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만약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혹시 준비한 자료에 오류가 있으면? 목소리가 떨리면?" 이런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실제 상황에서는 경직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곤 한다. 트렌턴이 말하는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읽으면서 뼈아픈 공감이 밀려왔다. 정말로 모든 사람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을 때, 카페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 심지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그 기분.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나에게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관계에서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모든 대화는 매끄러워야 하고, 모든 만남은 즐거워야 하며,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모든 부정적 감정은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완벽주의는 나를 점점 더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실수할 위험이 있다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하지만 트렌턴의 말처럼,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어색함도, 실수도, 때로는 오해도 관계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화 중 말을 더듬거나 농담이 재미없게 느껴져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더 인간적이고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메시지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수년간 나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분석하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행동은 미루고 있었다. '좀 더 준비가 되면', '완벽한 계획이 서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동료에게 점심 메뉴를 추천해달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별것 아닌 행동이었지만, 상대방이 친근하게 답장을 보내왔을 때의 그 기분은 놀라웠다. 복잡한 심리학적 기법보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훨씬 강력했다. 이후로 의식적으로 작은 행동들을 늘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기, 카페 직원에게 "수고하세요" 한 마디 건네기, 친구에게 안부 묻는 메시지 보내기.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생겼다.
오랫동안 나는 내 예민함을 저주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일들로 밤잠을 설치고, 사소한 표정 변화에도 상처받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왜 나는 이렇게 유리멘탈일까?' 하며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트렌턴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반응을 걱정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깊은 사고와 공감 능력은 오히려 관계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도하면 독이 되지만, 적절히 조절하면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깊이 있는 연결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제는 내 예민함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읽어내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이 능력이 실은 소중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렌턴이 말한 대로, 두려움을 뒤로 하면 정말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긍정적 감정들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몰랐다. 흥미로움, 호기심, 연결감, 감사함... 이전에는 '거절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떤 즐거운 발견이 있을까?' 하며 기대하게 된다. 얼마 전 새로운 팀에 배정되었을 때도 예전 같으면 '적응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걱정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앞섰다. 같은 상황이지만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밤에 침대에 누우면 하루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때로는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아, 지금 내가 또 극장 모드에 들어갔구나' 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트렌턴이 제시한 '걱정 시간 정하기' 기법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루 20분 정도는 마음껏 걱정하되, 나머지 시간에는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걱정에 휘둘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완벽한 관계는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작은 배려, 진실한 소통이 쌓이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 행동의 힘을 믿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의 관계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닉 트렌턴의 책은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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