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명상록 - 마음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 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필로소피랩 엮음 / 각주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진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어깨를 짓누르는 저녁,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나는 진정 '나'답게 살았을까? 아침에 품었던 다짐들은 어디로 갔을까? 또 다시 남의 시선에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표류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때, 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펼쳤다. 1800년 전 로마의 한 황제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들이, 오늘날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책을 읽어 본다.

책을 읽으며 나는 놀랐다.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았는지, 자신만의 원칙을 지켰는지, 후회 없이 하루를 살았는지."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이 바로 내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묻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시대와 지위를 초월해서, 인간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다. 로마 제국의 절정기를 이끌었던 황제조차도,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는 자신을 경계했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그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과거를 후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 깨달음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 속에 둘러싸여 있다. 스마트폰 알림음, 끝없는 뉴스 피드, SNS의 비교 문화, 성공에 대한 압박.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마음의 중심을 흔든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생각을 방치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을 방치한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남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며, 조급함에 사로잡힌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내 마음속 소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타인의 평가, 미래의 불확실성, 과거의 실수들.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 정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현재의 선택, 지금의 태도, 이 순간의 반응—은 놓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가을이 되면 나무가 잎을 놓아주듯, 당신도 바람에 몸을 맡긴 씨앗처럼 새로운 곳에서 피어날 준비를 하세요"라는 문장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단순한 비유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놓아야 할 것들을 움켜쥐고 있다. 과거의 영광, 상처받은 자존심, 이루지 못한 꿈들. 이런 것들을 붙잡고 있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놓친다. 나뭇잎이 떨어져야 새싹이 날 수 있듯이, 우리도 때로는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이 깨달음은 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욕심도 줄였다. 대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명상록을 읽은 후 나는 새로운 아침 의식을 만들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하나씩 다시 읽는 것이다. "올바른 이성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하고, 내면의 순수함을 지키며 두려움 없이 현재의 일에 집중할 때, 당신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하루의 방향을 정한다. 이 작은 의식이 하루 전체의 톤을 바꾸었다. 급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대신,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시작하니 더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한 박자 쉬어가며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아우렐리우스의 통찰은 인간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제로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는 실용적인 지혜였다. 상대방의 행동에 화가 날 때, 그들도 나름의 이유와 배경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특히 직장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마주할 때, 그들의 행동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책임이다"라는 인식은 나를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상대방의 태도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명상록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그의 말은 죽음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이런 관점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내 태도를 바꾸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짜증나는 상황,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 작은 실수들. 이런 것들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아름다운 일몰,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감동 같은 것들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주는 위로 중 하나는 그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도 실수했고, 후회했고, 때로는 감정에 휘둘렸다. 하지만 그는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런 진정성이 그의 글에 깊이를 더한다. 우리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실수를 했다면 반성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다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이런 자기 성찰의 과정 자체가 성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