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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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부터 선생님의 유서가 내 가슴 한편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자리 잡았고, 그 무게는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나에게 남긴 것은 감동이나 여운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직시였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남자의 고백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인간을 믿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나는 내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타인을 의심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며,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믿고 싶어 하는 모순된 마음. 이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 아닐까.

선생님은 자신의 가족게 배신당한 후 세상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돈 앞에서 선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도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친구와 경쟁하며 결국 친구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선생님이 가족를 미워하면서도 결국 자신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적인 허약함을 보았다.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다.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 역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애매한 존재.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존재. 선생님이 "틀에 찍어낸 듯한 악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느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선생님이 K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새삼 실감했다. 같은 여인을 사랑하게 된 두 친구.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은 사랑을 얻고 다른 한 사람은 목숨을 잃는 비극적 결말. 이 모든 과정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K를 배신했다고 자책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배신이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가?

<마음>은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사랑과 배신, 우정과 질투, 믿음과 의심, 고독과 연민. 이 모든 것들이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 자체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말을 빌려 이 글을 마치고 싶다. "나는 차가운 머리로 새로운 이론을 펼치기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생각을 말하는 것이 더 살아 있는 진리라고 믿습니다."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도 바로 그런 살아 있는 진리가 아닐까.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철학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진실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말하는 "사랑은 죄악"이라는 표현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고백을 따라가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이기적이고 잔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라면 친구도 배신할 수 있고, 양심도 속일 수 있다. 선생님이 경험한 것이 바로 그런 사랑의 양면성이었다. "향내를 맡을 수 있는 건 향을 피우는 순간뿐이듯, 술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건 첫 잔을 마신 찰나 뿐이듯, 사랑의 충동에도 이처럼 아슬아슬한 순간이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선생님의 말은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사실은 순간적이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님과 K, 그리고 그 여인 사이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랑의 운명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선생님의 고독이었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는 현대인의 고독을 보았다. "자유와 독립과 자아가 그득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희생으로 이 외로움을 겪어야 할 겁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대신 깊은 고독을 감수해야 했다.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완전히 이해 받을 수 없는 시대. 각자가 자신만의 섬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 선생님의 고독은 바로 그런 현대인의 고독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절망적인 이야기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마지막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젊은이에게 들려주기로 결심한 것, 그리고 "내 심장의 고동이 멈췄을 때, 당신 가슴에 새 생명이 깃들 수만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자신의 실패와 고통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하는 선생님의 마음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본다.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듯 보여준다. 그 마음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추악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불편하고 아프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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