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본색 - 가려진 진실, 드러난 욕망
양상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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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언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게 되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확인하고,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속보를 받아보며,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를 시청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거의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마치 언론이 객관적 진실의 전달자이자, 권력을 견제하는 공정한 심판관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과연 정당한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동시에 그 한계와 모순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짜뉴스의 확산, 편향된 보도, 상업적 이익에 따른 진실의 왜곡 등 언론을 둘러싼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진정한 언론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금 질문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언론인들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모순은 신속성과 정확성 사이의 선택이다. 24시간 뉴스 사이클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언론사들은 경쟁사보다 한 발 빠른 보도를 위해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언론의 태생적 한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완벽한 검증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언론사가 먼저 보도하면 특종의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언론이 자신들의 보도에 대해 과도한 확신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단언하는 언론의 어조는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보이는 신중함과는 대조적이다. 학계에서는 연구의 한계를 명시하고, 추가 검증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언론에서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단정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이러한 딜레마를 인정하고, 보도의 신뢰도를 솔직하게 제시해야 한다. 확인된 사실과 추정,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고, 정보의 출처와 검증 정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책임이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이는 철학에서부터 과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탐구해온 근본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언론이 다루는 진실은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사건과 현상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 진실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완전히 객관적인 보도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대 언론학의 중요한 인식이다. 문제는 언론이 이러한 진실의 다면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의 구성, 제목의 선택, 사진의 배치, 편집의 방향 등 모든 과정에서 특정한 관점이 개입되며, 이는 불가피하게 어떤 측면은 부각시키고 다른 측면은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많은 언론사들이 이러한 선택의 과정을 은폐하고, 마치 자신들의 보도가 유일하고 절대적인 진실인 것처럼 포장한다. 진정한 언론은 자신들이 전하는 정보가 진실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해서 전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솔직히 고백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다.

진실은 시의성을 갖는다. 아무리 정확한 진실이라도 때를 놓치면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언론이 진실을 제때 보도하지 못해 발생한 비극적 사건들이 적지 않다. 전쟁, 정치적 음모, 사회적 불의 등 중요한 사안들이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보도되다가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후였다. 이는 언론의 속도 경쟁이 갖는 또 다른 문제점을 보여준다.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보도하는 것도 문제지만, 권력의 압력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늑장 보도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외면할 때,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진정한 언론은 권력이나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공익을 우선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그려보면, 그것은 완벽한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한 언론이다. 절대적 진실을 독점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언론이다. 권력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감시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언론이다. 이러한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언론인 개인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저널리즘의 기본 윤리를 재확립하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들도 언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언론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장기적 과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진정한 언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언론이 다시 시민의 편에 서서, 진실을 향한 여정에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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