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에 너무 큰돈을 쓰지 마라 -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프랭클린의 생활 철학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이혜진 옮김 / 여린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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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곱 살 소년의 주머니가 동전으로 부풀어 오른 그 순간을 상상해본다. 친척들의 따뜻한 손길이 채워준 작은 보물들이 걸을 때마다 째링 째랑 소리를 내며, 아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장난감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은 분명 가벼웠을 테고, 세상 모든 것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소년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 맑고 선명한 소리에 매혹된 어린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었다. 순간의 감동이 이성적 판단을 압도한 첫 번째 경험이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호루라기를 불며 온 집안을 누비던 그 순간의 기쁨을 떠올려본다.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만 같았을 것이 다. 하지만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점차 비웃음으로 변해갔을 때, 그 작은 가슴에 스며든 감정은 어떠했을까. 기쁨이 수치심으로, 자랑이 후회로 바뀌는 순간의 아픔을 나는 왜 이토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

프랭클린의 호루라기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호루라기들을 만난다. 반짝이는 광고에 현혹되어 필 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고,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순간의 쾌락을 위해 장기적인 행복을 포기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코 내려보다가 발견한 쇼핑몰 광고, 소셜미디어에서 마주친 누군가의 화려한 일상, 동료들 사이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아 참석하는 모임들... 이 모든 것들이 현대판 호루라기가 아닐까. 우리는 그 소리에 이끌려 지갑을 열고,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사실을. 나 역시 얼마나 많은 호루라기를 불어왔는지 모른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좇아 달려가다가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유명한 맛집이라는 곳에서 긴 줄을 서며 기다린 시간, 트렌드를 따라 산 옷들이 옷장 한켠에서 태그를 달고 잠자는 모습,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참석한 모임에서 느꼈던 공허함... 이 모든 순간들이 내 인생의 호루라기였다.

프랭클린이 말하는 '가치 평가의 오류'는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느냐가 결국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의 통찰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18세기 미국의 한 소년이 깨달은 진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때로는 슬프기까지 하다. 인간의 본성은 시대를 초월해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진정한 지혜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울려 퍼지는 것일까.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은 것'을 추구하도록 부추김받는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조용히 속삭인다. 잠깐, 그것이 정말 네가 원하는 것이니? 그 대가로 무엇을 잃게 될까를생각해봤니? 프랭클린의 도덕적 완벽함을 추구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13가지 덕목을 체계적으로 습관화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자기계발을 넘어선 삶의 실험이었다. 절제, 침묵, 질서,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이 단어들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실천 과제로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완벽함을 추구하면서도 인간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잘못을 피하려다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자신을 발 견하며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갔다. 이런 자세야말로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면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실패를 또 다른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었고, 자신이 바로 그 실험의 대상이었다.

프랭클린이 강조한 '침묵'의 덕목은 특히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SNS와 메신저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반응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는 “침묵이 지혜를 낳는다"고 말한다. 진정한 소통은 말하기보다 듣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는 일찍이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진정으로 듣고, 자신의 생각을 신중하게 정리한 후에 말하는 습관. 이것이야 말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논쟁을 피하고 조화를 추구했던 그의 태도도 인상 깊다. 자신이 옳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시간이 진리를 증명해줄 것이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 이런 성숙함이 그를 진정한 지혜자로 만들었던 것 같다. "필요 이상의 소유물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프랭클린의 말은 우리 시대의 부자들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여전히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축적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면 그의 통찰이 얼마나 정확한지 깨닫게 된다. 진정한 부란 무엇일까. 숫자로 표현되는 재산의 크기일까, 아니면 삶의 만족도일까. 프랭클린은 후자를 택했다. 그에게 부는 자유였고, 자유는 선택의 권리였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을 도구로 사용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진정한 부라고 그는 믿었다. 현대인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여기에 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이 벌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정작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잊어버린다. 프랭클린의 호루라기 교훈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지금 내가 쫓고 있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한 번쯤 돌아보라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프랭클린의 시간관이 더욱 와닿는다. 그는 시간을 돈보다 소중한 자원으로 여겼다. "시간은 생명이다"라는 그의 말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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