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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 2027년 반도체 골든 타임, 무엇을 준비하고 실현할 것인가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4년은 인공지능(Al) 칩과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산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두 산업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발전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경제 전반에 큰 변 화를 가져올 것이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AI 칩은 이러한 기술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 증가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필수 반도체인 AI 칩은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반도체로, 머신 러닝,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 다양한 AI 응용 프로그램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DDR5, HBM(High Bandwidth Memory)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AI 집에 필 요한 메모리 성능을 지원하며, AI 기술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AI 칩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25년 현재 AI 반도체를 필두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AI 반도체로의 전환에 뒤떨어진 인텔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위기에 쳐해있다. 이렇게 급격히 변화하는 반도체 세계에서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어떻할지 분석하는 신간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반준영님의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이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오랫동안 세계 최강자로 군림해온 삼성전자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부진과 수율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닌 구조적 한계와 경영 철학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과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명확했다. 강력한 리더십 하에 빠른 추격전략을 구사하며, 대규모 투자와 기술자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기술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경영 철학과 조직 운영 방식에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이념인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인류 사회에 공헌"이라는 가치 자체는 숭고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층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면서 발생하는 왜곡현상이다. 현장의 기술적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설정, 형식적 보고서 작성에 매몰되는 조직 문화, 그리고 실질적 성과보다 외형적 지표를 중시하는 평가 시스템이 기술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동에 대한 관점의 문제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노동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구시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기술력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이러한 접근법은 우수한 인재의 이탈과 조직 전체의 피로감 누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 산업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 위계가 존재한다. 설계와 전공정 기술은 높이 평가받는 반면, 장비 기술과 후공정 패키징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편견은 반도체 제조 과정의 통합적 이해를 저해하고, 전체 공정 최적화에 필요한 균형 잡힌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는 수백 개의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적 시스템이다. 900개의 공정을 운영하는 최신 라인에서는 3,000대 가량의 장비가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도 전체 수율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기술 영역에 대한 균등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외주화와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추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력의 내재화가 소홀히 다뤄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서 현장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이 퇴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동화를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문제 해결 역량을 약화시키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것에서 1등을 하겠다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대신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함께 과점 구조를 형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 기술 생태계의 균형 회복, 그리고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산업 문화의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전체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 산업이 기본적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동화가 진행되고 AI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인간의 역할이 핵심이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다시 인간과 사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게 매우 중요한 골든 타임이다. 이 기간 동안 올바른 방향 설정과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