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무라나카 나오토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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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커피숍에서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의 목소리, 회의실에서 부하직원을 질책하는 상사의 어조, SNS에서 누군가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댓글들. 우리 일상은 '혼내기'라는 행위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깊숙이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토록 끊어내기 어려운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흥미로운 책이다. 혼내기란 큰 소리를 내는 것만이 아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지금 나는 혼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찬찬히 설명하는 척하면서도 상대를 위축시키는 말투, 타당한 지적인 듯 포장된 인신공격,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가해지는 정서적 압박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교묘하게 타인을 혼내고 있다.

왜 우리는 혼내기를 멈추지 못할까? 그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혼내는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를 벌하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정의감이라는 포장지를 씌운 채로 말이다. 이는 마치 도박이나 게임에 중독되는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상대방이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우월감, 내가 옳다는 확신에서 오는 만족감, 화를 표출했을 때의 일시적 해방감. 이런 감정들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점점 혼내기에 의존하게 된다. 심지어 그것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를 혼낸 후 "이번엔 정말 잘 타일렀다"며 뿌듯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들. 하지만 며칠 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다시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 변화는 없는데 혼내는 행위만 지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혼내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왔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 "엄한 스승 밑에서 고제자가 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식의 격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는 어김없이 혹독한 훈련과 질타를 견뎌낸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런 서사는 혼내기를 필요악이 아닌 필수요소로 인식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있다. 혼내기를 통해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은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포기하고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자 편향에 빠져 혼내기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인식이 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직장에서는 "부드럽게 말해서는 안 된다",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는 논리가 횡행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집단으로 비난하는 것이 정의구현으로 포장된다. 혼내지 않으면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혼내기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좌절했을 때,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누군가를 혼내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우리가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내 말대로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일까? 솔직히 말하면 후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부하직원을 혼내는 상사들 중 상당수는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전가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 프로젝트가 잘못되었을 때, 실적이 나오지 않을 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혼내기 중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것이 스스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혼내면 일시적으로나마 상대방이 위축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성공으로 착각한 우리는 같은 방법을 반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더 강하게 혼내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마치 마약의 내성과 같은 원리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부모의 혼내기에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감각해진다. 더 크게 소리쳐야 하고, 더 심하게 야단쳐야 겨우 반응을 보인다.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 지쳐가고, 관계는 악화된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는 부모는 계속해서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가벼운 지적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더 강하게 질책해야 직원들이 반응한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면 조직 전체가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분위기로 변한다. 창의성과 자발성은 사라지고, 눈치와 회피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혼내기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내가 지금 상대방을 혼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지금 내가 화를 내는 이유가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 다음은 대안을 찾는 것이다. 혼내기 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말투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바꾸는 일이다. 혼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핵심은 상대방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보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잘못인가"를 찾기보다는 "어떻게 함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진정한 힘은 혼내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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