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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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과 며칠 전, 나는 오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다 정치 이야기로 목소리를 높였다. 대화는 언제나 처럼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우리는 묘한 침묵 속에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 지 못하게 되었을까?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경은 서로를 향해 등을 돌린 채 각자의 진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계엄 논란, 탄핵 정국, 그리고 끊임없는 대선 갈등까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둘러싼 이 전쟁터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그리고 이 싸움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왜 보수가 되었을까?"" 나는 왜 진보를 지지하게 되었을까? "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던져본 적이 있는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마치 타고난 정체성처럼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 그리고 우리가 만나온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결과물이다. 내가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농촌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분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지만,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홀로 남아 허름한 집에서 지내고 계셨다. "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아. 나 같은 늙은이는 따라가기 버거워." 라는 그분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반면, 대학 선배 중에는 진보적 사상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는 늘 " 세상은 바뀌어야 해. 우리가 바꿔야 해. " 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고, 각자의 삶에서 우러나온 깊은 통찰이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함께 지니고 있다. 로버트 니스벳이 말했듯, " 보수는 현재를 '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 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 으로 본다." 이 관점의 차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 인생의 선택들을 좌우한다.

"탐욕스러운 보수", “위선적인 진보". 이것이 우리가 흔히 듣는 상대 진영에 대한 묘사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진짜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아니라, 그것이 왜곡되고 타락한 모습일 뿐이다. 지난 탄핵의 과정에서 나는 양측 진영의 집회에 모두 참석해 보았다. 태극기를 든 이들과 촛불을 든 이들. 언뜻 보기에 그들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놀랍게도 비슷한 염려와 바람을 품고 있었다. ' 더 나은 나라 '를 원했고, ' 공정한 사회 '를 꿈꿨다. 다만 그 방법과 속 도, 그리고 우선순위에 있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진짜 보수는 탐욕이 아닌 책임과 안정을, 진짜 진보는 위선이 아닌 포용과 변화를 추구한다. 우리가 서로를 비난하기 전에, 먼저 상대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아야 하지 않을까?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은 단일한 이념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로운 보수'와 '의로운 진보'가 함께할 때 비로소 균형잡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보수 정치인이지만, 난민 수용과 같은 진보적 정책을 과감히 채택했다. 그녀의 리더십 아래 독일은 "이 세상 사람들이 본 최고의 독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이 보여준 것은 바로 '이로운 보수'의 모습이다.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리더십이야 말로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 아닐까? 한편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희망'과 '변화'를 외치며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의료보험 개혁과 같은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점진적 변화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의로운 진보'의 모습이다. 이상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제약을 인정하고 단계적 변화를 모색하는 자세다. 우리 사회에도 메르켈과 오바마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 그리고 미래를 향한 꿈을 꾸면서도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진보. 그들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화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엄 논란,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를 더욱 양극화시켰다. 이제 정치적 견해는 의견 차이만이 아닌, 도덕적 우위를 다투는 전쟁터가 되었다. 지난 주말, 나는 SNS에서 한 지인의 정치적 의견에 댓글을 달았다가 오랜 친구 한명을 잃었다. 단지 다른 생각을 표현했을 뿐인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냐며 관계를 끊었다. 이런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가족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때로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숨긴 채 살아간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며 더 나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 주의의 본질이 아닌가?

분열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의 정치'다. 대화는 말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의 염려와 바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얼마 전 나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나누다 보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관점에서 배우기 시작했고,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 진영의 논리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의견 차이가 대화로 해소될 수는 없다. 때로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런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는 법 '을 배워야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나만큼이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 만큼이나 이 사회를 걱정하는 시민일 수 있다는 사실 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승리와 패배의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고, 서로의 관점에서 배우며,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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