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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ㅣ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문득, 내 손에 들린 유럽 세계사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5000년이라는 시간의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인류의 이야기가 내게 다가왔다.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현대 유럽에 이르기까지, 그 방대한 흐름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닌, 진정한 역사의 의미를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내 머릿속에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역사란 무엇인가? 국가와 왕조의 흥망성쇠, 전쟁과 조약의 나열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유럽 세계사의 물줄기를 따라 흐르면서, 나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더 깊은 교훈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날 학계에선 4대 문명 외에도 다른 고대 문명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학창 시절 배웠던 '4대 문명'이라는 틀을 벗어나,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인류 문명의 발자취가 있었다는 사실이 내 시야를 넓혀주었다. 괴베클리 테페의 존재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문명의 시작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류가 고도의 사회적, 종교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로 하여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종종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고, 그 틀 안에서만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과 해석으로 재구성되는 살아있는 학문이다. 4대 문명이라는 구분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문명들의 교류와 충돌, 그리고 융합이라는 더 복잡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헬레니즘 시대에 대한 평가에는 유럽과 중동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활동은 유럽의 시각에서는 문화의 확산과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강조된다. 반면 정복당한 페르시아의 입장에서는 그가 '악의 화신'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배웠던 역사책들은 대부분 서구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었다. 헬레니즘 문화의 확산이라는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피정복민들의 시각과 경험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적 이해는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이런 다중적 시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정치 체제를 재편해 공화정을 종식하고 제정 시대를 열었다. 그는 로마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는데, 그의 통치 이후 로마는 '팍스 로마나'라는 200여 년간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라는 개념은 후에 '파스브리태니카'(영국의 평화), '파스 아메리카나'(미국의 평화)로 이어지는 세계 질서의 원형이 되었다. 한 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그 질서 아래 상대적 평화와 안정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질서는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대국의 이익과 가치가 중심이 되는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로마의 지배하에 평화를 누리는 지역들은 동시에 로마에 세금을 바치고 로마의 문화와 가치를 받아들여야 했다. 오늘날 세계 질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가 많은 국 가들에게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 체제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의무도 부과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실제 세계 질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로마 제국의 붕괴와 중세 유럽의 성립을 이끈 역사적 사건이었다. 훈족의 압박, 로마 제국의 내부적 혼란, 기후 변화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냈고, 이는 결국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중세 유럽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런 민족 이동의 영향력은 정치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게르만족은 유럽 전역에 자신들의 언어, 관습, 법체계를 전파했고, 이는 오늘날 유럽 국가들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프랑크족은 프랑스의, 앵글로-색슨족은 영국의, 롬바르드족은 이탈리아 북부의 역사적 뿌리가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역사적 변화의 복잡성과 연속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변화도 마찬가지로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현상이 다. 기술 발전, 경제적 변화, 인구 이동, 기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우리 시대의 역사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의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더 깊이 통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적 사건의 표면적 명분과 실제 동기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십자군 전쟁이다. 종교적 열정이라는 외투 아래, 영토 확장, 경제적 이익, 정치적 경쟁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교황은 종교적 권위를 강화하고, 영주들은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며, 상인들은 동방 무역로를 확보하려 했다. 이런 복합적 동기는 오늘날 국제 분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도주의적 개입, 민주주의 수호,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고귀한 명분 뒤에는 종종 자원 확보, 지정학적 이익, 경제 적 우위 등 다양한 실질적 목표가 숨어 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런 이해는 나로 하여금 현대 국제 관계와 분쟁을 더 비판 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표면적 수사와 선언을 넘어, 다양한 행위자들의 실질적 이해관계와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는 현실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거울이다.
역사는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통찰들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제공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 디지털 혁명, 지정학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도전들도 역사적 맥락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유럽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나는 더 넓은 시각과 더 깊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 역시 역사는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