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균, 죽이는 균, 서로 돕는 균 좋은균, 나쁜 균, 이상한 균 2
류충민 지음 / 플루토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연 우리 안에는 어떤 균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살리고 죽이며, 때로는 손을 잡고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을까? 이번에 관련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류충민님의 <살리는 균, 죽이는 균, 서로 돕는 균>이었다. 흥미로운 균의 두번째 이야기다. ^.^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은 불과 잠깐 등장한 손님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생물은 지구가 생명을 품기 시작한 순간부터 함께해온 오래된 주인이다. 우리가 발을 딛는 모든 곳, 숨을 쉬는 모든 공간, 심지어 우리 몸 안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생명체들이 없다면 지구의 생태계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미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이다. 죽은 생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이다. 그들의 분해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고, 식물이 만든 당은 다시 동물의 에너지원이 된다. 이런 순환고리 속에서 미생물은 필수적인 연결고리다. 화성이나 달에 미생물이 없다면 음식물 쓰레기는 영원히 그대로 남을 것이다. 지구에서 유기물이 썩으면서 냄새를 풍기는 것도 미생물 덕분이다. 유기물이 분해되고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당을 생성한다. 동물이 이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이 다시 분해하고, 동물의 배설물 역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을 제거한다면 지구의 생명체 대부분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미생물, 특히 세균의 놀라운 세계와 그 중요성을 탐구하는 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토마토의 풋마름병 연구부터 시작해 식물과 미생물의 복잡한 관계, 토양 미생물이 식물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방식, 식물이 소리에 반응하는 현상, 미생물이 곤충의 변태에 미치는 영향, 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 항생제 개발의 도전과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또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나방 애벌레의 발견, 물고기를 이용한 암 연구, 마스크 여드름과 미생물의 관계 등 일상과 연결된 흥미로운 연구 사례들을 통해 미생물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건강과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 부담스럽제 않게 읽을 수 있다.

식물과 미생물의 관계는 깊은 상호작용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의 30퍼센트를 뿌리를 통해 토양으로 흘려보낸다. 왜 이토록 '낭비'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는 뿌리 주변 1밀리미터 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위한 것이다. 식물은 고생해서 만든 음식을 토양에 뿌려주는 자선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상호이익을 위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전략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보이는 반응이다. 식물이 곤충에게 공격받으면 특별한 냄새를 풍겨 이웃 식물에게 경고한다. 이것이 바로 '곤충에 의해 유도된 식물 냄새(HIPV)'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생물에 의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미생물에 의해 유도된 식물 냄새(MIPV)'라고 한다. 식물은 이런 방식으로 서로 소통하며 위험에 대비한다. 또한 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별한 물질을 뿌리에서 분비하여 유용한 미생물을 끌어들인다. 이렇게 끌어모은 미생물은 해충을 직접 죽이거나 식물의 면역력을 높여 해충의 공격을 방어한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만든 페놀 물질들이 토양으로 흘러나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미생물만 살아남아 식물과 계속 상호작용한다. 이는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토양은 생명의 역사가 담긴 기억의 저장고다. 놀랍게도 식물이 받은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정보가 토양 미생물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 작년에 식물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토양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문자를 갖지 못한 식물이 자손들을 위해 토양에 역사를 새겨놓은 오벨리스크와 같다. 우리가 땅 위를 걸을 때, 수만 년 동안의 기억이 발아래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지와의 연결감이 새롭게 느껴진다. 토양 미생물은 식물의 '기억'을 유지하는 매개체로서, 세대를 넘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생명의 연속성을 위한 놀라운 전략이다.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종종 우연과 필연이 얽혀 있다.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을 발견한 것처럼, 어떤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이 이루어진다.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가 찾고 있는 바로 그것일 수도 있다는 '파랑새 증후군'을 극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큰 몫을 한다. 꿀벌부채명나방에서의 또 다른 발견은 장내 세균과 변태 속도의 관계다. 그람양성 세균이 없어지면 변태가 빨라지고, 반대로 그람양성 세균인 장내구균을 더 많이 넣어주면 변태 속도가 늦어진다. 심지어 자연 상태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바실러스를 넣어도 변태를 비슷하게 늦출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들은 생명체와 미생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

우리가 미생물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생명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더 겸손하게 재평가하게 된다. 지구 역사에서 인간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손님이지만, 미생물은 지구가 생명을 품기 시작한 순간부터 함께해 온 주인이다. 앞으로도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생명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립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수한 미생물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성장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생물과의 공생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더욱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