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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가는 왜 탄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국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홉스가 묘사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안전과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은 지속적인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국가는 이러한 원초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인류의 창조물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일부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국가에게 폭력을 독점할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모든 구성원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사회적 계약'의 출발점이었다. 현대 국가는 시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철혈 보수'로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비스마르크는 국가가 시민들의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정이 결국 국가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했다. 복지는 '케이크 나눠 먹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불안을 차단하는 '안전핀'의 역할을 한다. 이는 국가가 공동체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해야 함을 보여준다.흥미롭게도,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는 '타락한 정치 체제'로 간주되었으며, 미국 건국 초기에도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인민은 좋은 것을 원하지만, 그것을 항상 아는 것은 아니다"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치 체제로 발전했을까? 그 결정적 계기는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국의 성공 사례였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전체주의 국가들을 물리치면서,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국가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독점될 때, 그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자들을 교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민주주의는 통찰력과 혁신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회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민주주의만의 고유한 강점이다.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때, 민주주의는 형해화 된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이러한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서, 거대 양당은 석유의 이익을 독점하면서 국민의 94%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민주주의의 성공은 의회의 다양성과 생각하는 유권자의 존재에 달려있다. 의회가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할 때, 민주주의는 이름만 남은 빈 껍데기가 되고 만다. 현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위협은 극단적인 진영논리다.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진' 정치 환경에서, 합리적인 정책 토론은 불가능해 진다. 유권자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속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선동적인 정치인들은 손쉽게 대중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진영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만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양극화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피어나는 '팬덤 정치'는 맹목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기에,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킨다.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위협은 통제되지 않는 관료제다.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과도한 관료주의가 국가 발전을 어떻게 저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관료조직은 본질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인과 기업가를 움직이며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좌우할 때, 혁신과 발전은 억압된다. 한국의 IMF 금융위기 직전, 관료들이 유동성 위기가 없다고 주장했던 사례는 관료주의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절대권력을 갖게 된 리더는 어떻게 국가를 쓰러트리는가?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이에 대한 경고다. 군부 쿠데타로 시작해 과두 지배로 이어진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부패 천국'이 되었다. 이후 등장한 차베스라는 카리스마적 리더는 또 다른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며, '내 편 정치'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을 추구했다. 강한 리더십에 대한 환상은 위험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리더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통제되어야 하며, 그 권력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이탈리아는 패거리 정치가 어떻게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마니 풀리테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정치권의 부패는 이탈리아 전체를 뒤흔들었다. 유럽의 조롱거리가 된 총리들, 54년 만에 완공된 A3 고속도로는 이탈리아 정치의 비효율성과 부패를 상징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청년들은 '엑소더스'를 선택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자국을 떠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실패했을 때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 중 하나다.민주주의는 쿠데타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칠레의 피노체트는 전투기로 대통령궁을 폭격하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켰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나폴레옹이 친위 쿠데타를 통해 절대권력을 장악했다.이러한 사례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권위주의적 리더가 권력을 손에 넣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침해로 이어진다. 한국이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