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2500년을 초월하는 논어 속 빛나는 가르침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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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는 지금 역사적인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 2500년 전 공자가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듯이,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물결 속에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인 질문은 같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기술 문명이 급변하는 시대마다 인간은 스스로를 재정의해왔다. 철기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을 때 공자는 그 변화 속에서 사람의 본질적 가치를 찾고자 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며, 심지어 창작 영역에서도 활약하면서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공자는 인간다움을'인(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도리를 의미한다. AI 시대에 이 '인'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공감과 배려, 관계 맺음의 능력이야 말로 우리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윤리적 판단의 책임은 더욱 중요해진다. 공자는 "의로움을 보고도 행동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이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다.자율주행차의 트롤리 딜레마, AI 무기 개발, 개인정보 활용의 경계 등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문제들은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단을 필요로 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공자가 꾸짖은 '용기 없음'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솔직한 사람에게 관대하지 않다. 소속된 집단과 다른 의견을 표하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히 지식인과 과학자들은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AI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더욱 엄격한 윤리적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또한 공자가 강조한 '정명(正名)'—이름을 바로잡는 일—도 AI 시대에 중요하다. 박정희 정권이 독재 체제를 구축하면서 '유신(維新)'이라는 미명을 붙인 것처럼, 오늘날에도 AI 기술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혁신'이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기술의 본질과 영향력을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르게 이름 붙이는 일이 필요하다.

오늘날 인간은 다른 인간 뿐만 아니라 기술, 기계, 정책과 같은 비인간적 요소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되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공자는 현대 과학기술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강조한 '예(禮)'의 개념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예'는 상호 존중과 조화로운 관계 맺음의 원리다. 인간이 AI와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AI가 인간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되, 인간이 AI에 종속되거나 AI가 인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AI 비서와 대화할 때도,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때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우리는 그 관계의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공자가 말한 '예'의 원리는 인간과 AI 사이의 건강한 관계 설정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AI 시대에 '배움'의 개념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단순 암기나 지식 축적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분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새로운 관점에서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특히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정확하고 적합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질문이 있어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자가 강조한 '학이사(學而思)'와 '사이학(思而學)'의 태도와 연결된다. 배움과 사고는 분리될 수 없다. 지식을 얻는 동시에 그것을 내면화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자는 또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메타인지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진정한 앎으로 나아갈 수 있다. AI 시대에 이러한 메타인지는 더욱 중요하다.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항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맹목적으로 AI의 판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와 인간의 균형점 찾기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중(中)'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중'이란 극단 사이의 중간점이 아니라,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의미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AI의 판단은 흔들리거나 오염되지 않을 것이므로, '중을 잡는' 일을 AI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적의 지점'은 성과나 이익만의 최대화되는 지점이 아니다. 설령 물질적인 손해를 볼지라도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AI를 통해 '중'을 모색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AI에 학습시켜야 한다. AI가 스스로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최적의 지점이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초지능이 출현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인간을 위한 '중'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2500년 전 공자가 던진 질문—"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는 AI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를 던져준다. 오히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일수록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공자가 AI 시대를 살았다면, 그는 기술의 발전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기술이 '인(仁)'의 실현에 기여하는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물었을 것이다.우리도 AI 기술을 발전시키되, 그것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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