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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상술 - 맨주먹으로 5000억 브랜드를 일군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진심 경영
권원강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치맥’을 말할 것이다. 치킨과 맥주의 궁합은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특히 야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면, 치킨 한 마리와 시원한 맥주 한 캔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골이 터지거나 홈런이 터졌을 때 치킨을 한 입 베어 물고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는 그 순간, 일상의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는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치맥’이라는 말을 그저 유행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덧 하나의 문화이자,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킨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채롭다.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가지, 조리 방식과 양념 스타일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치킨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치킨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매운 양념을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고소한 후라이드를 고집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 치킨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언제나 같다. 바로 '교촌치킨'이다. 처음 교촌을 맛본 것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샌가 내 손에는 늘 교촌의 봉투가 들려 있었고, 모임 자리나 야식 타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역시 교촌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왜 하필 '교촌치킨'일까? 왜 그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교촌이라는 이름이 나의 기억과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처음에는그냥 ‘맛있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맛 외에도 분명히 다른 요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교촌치킨의 창업주이자 현재 회장인 권원강 씨가 자신의 경영 철학과 성공 원칙을 담아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최고의 상술》이었다.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이 책은 자서전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곧장 책을 구입했고, 책장을 넘기며 '맛있는 치킨' 이면에 숨어 있던 깊고 단단한 원칙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권원강 회장은 스스로를 '닭에 미친 사람'이라 불러도 좋다고 했다. 그가 치킨 한 조각에 담은 집념과 절박함은 한 시대의 외식문화를 선도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상술>은 정직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한 기업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절박함'이라는 단어다. 그는 재능이나 운이 아닌, 절박함이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이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누구나 삶의 어떤 지점에서든 절박한 순간을 마주한다. 그 절박함을 어떻게 품고, 어떻게 행동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인생의 궤적이 바뀐다. 권원강 회장은 그 절박함을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 순간을 기회로 전환해냈다.
또한 그는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했다. '비싸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고객의 평가는 그가 얼마나 치킨 하나에 철학과 품질을 담았는지를 보여준다. 저가 경쟁의 유혹이 클 때조차,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신념과 철학이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광고를 하지 못했던 초창기의 어려움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광고를 외주화된 포장으로만 보지 않았다. 광고란, 자원을 쏟아 붓기보다 창의적인 발상과 진정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일이라 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먼저 찾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요즘처럼 마케팅이 과잉된 시대에, 다시금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성공은 단지 운이나 기술이 아닌 '방향'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진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는 그의 태도는 나에게 큰 위로이자 배움이 되었다. 나도 때때로 실패 앞에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그것이 단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길을 찾는 과정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환해졌다. 교촌치킨의 성공은 단지 맛있는 치킨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정직과 절박함,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따라 하더라도 해가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따라 한다'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경쟁을 대했다. 더 나아가, '따라올 수 없는 큰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결심은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내가 교촌치킨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맛있어서가 아니다. 그 맛에는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있으며, 사람을 감동시키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단지 기업가의 성공담이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지닌 이야기다. 정직함이 결국 최고의 상술이라는 문장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그의 삶을 온전히 요약하는 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치킨을 먹을 때 단지 맛을 음미하지 않는다. 그 맛 너머에 있는 수많은 밤, 실패와 도전,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장사를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어떤 일을 하든,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정직, 절박함, 타협하지 않는 원칙, 그리고 창의성. 권원강 회장이 지켜온 이 네 가지 가치는 단지 교촌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그래서 단지 책이 아닌, 하나의 길잡이다. 나도 나만의 삶에서, 나만의 분야에서 정직한 상술을 펼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보며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일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고.
오늘도 나는 교촌치킨을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한다. 이 맛은 단순한 레시피의 결과물이 아니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정직함으로 지켜낸 하나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상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