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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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진은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경고와 같다.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이 자연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분출되며 세상을 흔들어 놓는다. 우리는 이를 재난이라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가 살아 움직인다는 증거이자, 인간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자연의 복잡성과 역동성이 숨어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이들이 지진에 대한 공포와 동시에 과학적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어디서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가?’, ‘한반도는 안전한가?’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이는 재난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사회적·윤리적 질문을 동반하는 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대학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지진의 과학에 대해 총 정리하여 깊이있게 설명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홍태경님의 <지진의 과학>이었다. 저자는 지진의 과학적 원리에서부터 인간 활동이 지진에 미치는 영향, 한반도와 일본 지역의 지진 특성, 그리고 미래의 지진 예측과 대응까지, 지진을 둘러싼 다층적 구조를 다각도로 이야기 하고 있다. ^.^

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방출되면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내부 구조와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는 크게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암석판, 즉 ‘판(plate)’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판들은 지각과 상부 맨틀로 이루어진 암석권(lithosphere)을 구성하며, 그 아래의 점성 있는 연약권(asthenosphere) 위를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 중력, 해령에서의 신생 지각 생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하거나, 멀어지거나, 서로 엇갈리며 마찰을 일으킨다. 판들이 이러한 경계에서 축적한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마침내 갑작스러운 단층 운동으로 방출되며 지진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는 지진파(seismic wave)의 형태로 지각을 따라 퍼지며, 우리가 흔들림으로 인식하는 진동을 만든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내용들도 있어 반가웠다. ^.^

지진의 감지와 분석은 매우 정교한 관측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대에는 사람들의 체감이나 물체의 흔들림으로 지진을 인지했지만, 현대에는 고감도 지진계(seismometer)와 지진관측소망이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지진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지진계는 지반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지반이 흔들릴 때, 고정된 질량이 관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남게 되고, 이에 따라 프레임이 움직이면서 상대적인 이동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 운동은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진폭, 주기, 도달 시간 등의 정보를 기록한다. 고성능 디지털 지진계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지진의 진원지, 발생 시간, 규모 등을 수 분 내로 추정할 수 있다. 관측 네트워크는 각국의 기상청이나 지진연구소에 의해 운영된다. 일본의 경우, 전국에 4,000개 이상의 지진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정밀한 진도 측정과 조기경보 시스템을 가능케 한다. 한국 역시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지진 관측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간 및 학술기관과 협력하여 지진 감지 센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스마트폰 앱은 지진파의 도달을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알리기도 한다.

지진은 지각의 흔들림을 넘어선, 거대한 자연 재난이다. 강진이 발생하면 도심의 빌딩이 무너지고, 교통망이 마비되며, 화재와 쓰나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2011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하며 쓰나미로 이어졌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일으켰다. 이는 지진이 단지 ‘흔들리는 땅’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넘어, 수많은 생명과 환경, 국가의 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인프라가 붕괴되고,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이재민의 생활 재건 문제가 장기화되며, 경제 전반이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도시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지진 대응은 단순한 구조 작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문제로 확장된다.

한반도는 지진 발생이 일본이나 태평양 화산대(‘불의 고리’) 지역에 비해 적지만,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국내에서도 인명 피해와 함께 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특히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촉발 지진(induced earthquake)’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로, 판의 경계가 여러 개 중첩되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로 인해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세계 최고의 지진 연구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조기경보 시스템, 지진 대응 교육, 내진 설계 기준 등이 생활 깊숙이 적용되어 있다. 한반도와 일본의 차이는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지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과학적 데이터 축적과 시민 교육, 내진 설계 확산 등의 분야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얼마전 미얀마에서 엄청난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은 인류 문명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대한 시험대인 것이다.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인 관측과 연구를 통해 위험 지역을 파악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과 훈련, 정책과 기술을 통합해 나간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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