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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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에 이르러 우리는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게 된다. 이 시기에 “인간관계에서 얇고 넓은 것이 좋을까, 적지만 깊은 관계가 좋을까?” 이러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인간 관계의 깊이와 범위에 대한 질문은 개인의 성향과 삶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얇고 넓은 관계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면, 적지만 깊은 관계는 심도 있는 대화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더욱 의미 있는 연결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게 쉽지만은 않다. 마흔의 나이에 우리는 때로 위로도 필요하고, 때로 용기도 필요하고 또 때로는 인내를 가져야 한다. 이번에 마흔에 접어든 사십대들에게 명작과 함께 그 명작을 그린 화가들의 인생을 보면서 나에게 생각의 화두를 던지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마흔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명화와 작가들의 저서와 말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원율님의 <마흔에 보는 그림>이다. 그림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큐레이션을 생각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읽어 본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무게를 짊어지며 나아간다. 그것은 관계의 무게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무게일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의 설렘과 갈등, 외로움과 불안, 심지어 후회의 흔적마저도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짊어진 채 흔들리는 시소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특히 마흔이라는 나이는 삶의 무게가 본격적으로 실리는 시기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님을 돌보며, 배우자와 함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고, 방황과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무게들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 또는 처음 보지만 우리에게 의미를 던지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의 내면의 삶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호퍼의 말처럼, 과묵했던 그에게 그림은 세상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작가만의 화법이다. 그의 시선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흘려버리는 평범한 것"에 머물고, 대상과 공간을 세심히 관찰하여 포착된 현실은 호퍼 특유의 빛과 그림자, 대담한 구도 그리고 시공간의 재구성 등을 통해 자기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호퍼의 그림은 풍경 너머 내면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다. 그것이 창문 너머 누군가의 뒷모습뿐만 아니라 마천루와 대비되는 낮은 건물의 지붕, 철로 위를 비추는 석양일지라도 말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서도도 전시회가 열렸던 호퍼는 도심의 무심한 풍경 속에서의 외로움과 함께 우리에게 위로를 건데주고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는 예술가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겨 주었다. 실레는 “자아 정체성의 위기”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예술가였다.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에서 그는 깔끔한 흰색을 배경으로 어두운 옷을 입은 인물과 강렬한 붉은색의 꽈리 열매가 작품 좌우에서 균형을 이룬다. 어깨를 살짝 돌리고 관람자를 내려다보는 눈빛에서 자신감과 연약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얇고 세밀하게 그려진 선에서는 실레의 예민한 성격과 내면의 불안한 감정이 전해진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확립한 에곤 실레는 1900년 비엔나의 표현주의 선구자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예술 인생은 짧았지만 인간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독창성은 모더니즘 예술의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에곤 실레는 자아 정체성, 고독, 욕망 등 심리적이고 실존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선과 색으로 담아냈다. 죽음에 대한 공포, 혼자라는 두려움과 고독감, 한없이 불안한 마음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했다. 이제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간을 탐구하고 그려냈던 예술가, 에곤 실레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인 <가족>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말폰스 무하를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알폰스 무하(1860~1939)는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체코 출신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예술의 대중화를 선도하며 순수미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포스터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화려한 색채와 곡선, 신비로운 여성상을 담은 “르 스타일 무하”로 유명하다. 그는 도덕적 이상과 민족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품을, 말년에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다룬 대작 “슬라브 서사시” 제작에 몰두했다. 오늘날 무하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가진 아르누보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마흔의 시기, 우리는 인생의 분기점에 서게 된다. 이 시기에는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며,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이러한 마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저자의 명화 소개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삶의 여러 층위를 이해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우리는 때로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예술과 문학과 철학 속에서 지혜를 찾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흔에 보는 그림'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매일의 불안을 극복하며, 실패와 후회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른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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