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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영화적 관점에서 이야기 한 12편의 오페라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임복희님의<오페라 영화 속 편지이야기>였다.
오페라 영화 속 편지를 통한 접근은 우리에게 오페라의 복잡한 감정과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기회를 제공할 것 같다. 또한, 원작 문학과의 비교를 통해 오페라의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이야기하여 작품의 내적 및 외적 요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오페라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 것 같다. 책은 먼저 오페라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들을 간략하게 이야기 한다. 오페라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은 또한 오페라의 각 장에서의 상세한 이야기의 흐름을 상세히 전달한다. 마치 오페라 공연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각 오페라에서의 편지에 대한 의미와 오페라 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재미있는 구성인 것 같다.
편지, 그것은 사랑의 맹세이자 절망의 울림이며, 때로는 운명을 바꾸는 한 조각의 증표이다. 오페라 영화 속에서 편지는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농축해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맥베스 부인의 손끝을 떠난 편지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더욱 공고히 하고, 비올레타가 침대에 누워 회상하는 편지는 삶과 사랑을 향한 안타까운 몸부림이 된다. 한 장의 편지는 때로는 파국을 불러오고, 때로는 영원히 닿지 못할 사랑을 남긴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의 편지는 사랑과 희생의 두 축을 이룬다. 비올레타가 사랑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는 그녀가 겪는 내적 갈등과 깊은 고통을 담아낸다. 화면 속 그녀의 눈물과 결국 닿지 못할 사랑의 숙명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녀가 떠나는 순간, 마지막으로 붓 끝을 놀리며 적어 내려갔을 편지의 무게를 생각하면 나 역시 눈물이 난다. 한 번쯤은 내 인생에서도 비올레타처럼 가슴을 찢는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그녀가 눈물을 머금고 썼을 그 마지막 한 줄, 그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였을지 상상해본다. 사랑을 향한 마지막 몸부림, 그리고 그 끝없는 슬픔을 그녀와 함께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편지는 때때로 사랑의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비극의 전조가 되기도 한다. '카르멘'에서 미카엘라가 건네는 편지는 한없이 순수한 사랑이지만, 호세의 광적인 집착 앞에서는 그 의미를 잃고 만다. 사랑을 갈망하던 한 남자가 결국 질투와 광기에 사로잡혀 파멸로 치닫는다. 또한, '토스카'에서 카바라도시가 처형을 앞두고 토스카에게 남긴 편지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지막 인사가 된다. 만약 내가 토스카였다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현실, 그 절망 속에서도 그녀를 위로하려 한 한 남자의 마음이 나를 사로잡는다. 눈물을 흘릴 힘조차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 자, 한 자 눌러 쓴 글자에 담긴 절박함과 사랑을 떠올리면, 마치 나에게 직접 보내진 편지를 읽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편지를 손에 쥔 채 오열하는 토스카의 모습이 내 안에서 겹쳐진다. 잉크로 적힌 단어들이 점점 퍼져 사라지는 것처럼, 사랑도 덧없이 흩어지고 마는 것일까.
'피가로의 결혼' 속에서 편지는 숨겨진 갈등을 표면화시키고, 예상치 못한 혼란을 초래한다. 반면,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한 도구로 편지를 활용한다. 이 순간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편지는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 한 장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진심이 담긴 단어들이, 상대방의 삶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속에서 편지의 또 다른 면모를 본다. 마치 나도 그들과 함께 장난스러운 편지를 적어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순간은 경쾌하고 즐겁다.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가 아닐지라도, 친구에게 보내는 유쾌한 인사, 부모님께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편지는 우리 삶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자리 잡는다. 어쩌면 편지는, 우리의 감정을 더욱 솔직하게 표현하게 해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오페라 영화 속 편지는 극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된다. 때로는 사랑의 서약으로, 때로는 파국의 전조로, 때로는 유쾌한 반전의 도구로 작용하며 관객의 감정을 흔든다. 나는 이 편지들이 만들어내는 순간들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가장 순수하고도 강렬한 형태로 표출되는 것을 본다. 음악과 함께하는 이 한 장의 종이가, 때로는 눈물로 얼룩지고 때로는 희망으로 반짝이는 순간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 번 편지가 지닌 마법에 감동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나도 한 장의 편지를 써보고 싶어진다. 내 감정을 모두 담아, 단 한 번만이라도, 그토록 간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오래전 헤어진 친구에게, 아니면 언젠가 만날 운명의 상대에게. 그 편지가 닿을지는 몰라도, 나의 진심이 그 안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