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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평점 :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깜찍한 가제본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SF 소설 가제본 견본과 그 안에 담긴 정성에 감동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가제본을 손에 쥐었을 때 느꼈던 첫 감정은 선물을 받는 듯한 특별함이었습니다. 그 정성 가득한 포장과 함께 동봉된 귀여운 필사 엽서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준비되었는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역노화‘라는 문구는 그 자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며 저를 책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포털>과 <역노화>를 통해 SF 소설과의 신선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매 순간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특히 <역노화>는 생각지도 못한 설정으로 흥미를 자극했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SF 소설에 대해 무심했던 마음이 이번 가제본을 통해 크게 변화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사색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특별한 경험을 더 많이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인간은 늘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으려 한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없이 '통로'를 상상한다. 그것이 기억의 형태든, 후회의 그림자든, 혹은 SF적 설정 속에서 현실을 초월한 존재로 구현되든 간에, 우리는 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을 찾고 있다. 소설 속 포털, 그것은 과거로 이어지는 길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이다. 그러나 그 창을 통해 무엇을 볼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과거의 슬픔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또 누군가는 두려움 속에서 주저앉는다. 포털을 지나가는 사람들, 그것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 손을 넣어보려다 결국 물러서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상징한다. 포털을 통해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과 기억, 그리고 존재의 흔적이 얽힌 과정이다. 그래서 포털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하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크고 작은 포털을 마주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포털을 통해서 듣게되는 음악적 패턴.. 그것은 주인공이 기억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하나의 구조이며, 그가 겪어온 상처의 형식이다. 특히 어린 시절, 어머니의 애원 섞인 목소리는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패턴으로 남았다. 애절한 간청,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 그리고 결국 구해낼 수 없었던 기억. 그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에게 각인된 운명적 트라우마였다. 우리는 왜 특정한 소리에 반응하고, 어떤 리듬에 이끌릴까? 우리의 감정은 특정한 패턴과 연결되며, 삶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은 특정한 음색과 함께 기억된다. 소설 속에서 음악을 통해 구원을 갈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혹은 구원받지 못했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음악을 찾는다. 그리고 결국 그 음악 속에서 다시금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역노화는 생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것이다. 2번 선택지다. 삶을 거꾸로 되돌리면서 사그러진다...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삶의 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소설 속 '역노화'라는 설정은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다. 단순히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점점 어린아이로 변해가고, 결국은 신생아의 상태로 돌아가며 삶을 마감하는 것. 이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장치다. 특히 역노화를 선택한 아버지와 딸의 교감은,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감정적 정화의 과정이 된다. 딸은 점점 어려지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그를 용서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어린아이가 되었고, 그녀는 그를 가슴에 품는다. 용서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어떤 기억을 놓지 못하고, 어떤 감정을 끝없이 되새기는가? 역노화라는 개념은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명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마침내 용서의 순간을 맞이한다.
소설의 제목인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흔히 우리는 상실과 고통이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사랑과 희망도 우주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남긴 흔적은 단순히 슬픔의 자국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틈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길 위에 남겨진 상흔이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는 창이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포털을 마주한다. 그중 어떤 것은 우리를 두렵게 하고, 어떤 것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그 문을 열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무게와 그것이 남기는 흔적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포털과 역노화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가? 소설 속 인물들은 끝없이 무언가를 구하려 한다.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 하거나, 구하지 못한 사람을 다시 찾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는가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하게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모든 것을 구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노래를 찾고, 포털을 바라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꾼다.
우리는 모두 우주에 작은 구멍을 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구멍 속에는 우리의 사랑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이 함께 담겨 있다. 가제본으로 다 읽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