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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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책은 정보의 창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독서는 단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번에 수많은 독서모임을 주최하였던 저자가 이야기 해 주는 독서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던 책을 읽었다. 시로군님의 <막막한 독서>였다. 『막막한 독서』는 독서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책은 소설 읽기를 갈망하는 어른들에게 새로운 독서의 길을 열어준다. ^.^


저자인 시로군님은 독서모임진행자. 느리게 읽는 사람.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세계문학 읽기 모임 [막막한 독서모임], [한책읽기]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 릴케와 울프에게서 초조해 하지 않고 느리게 읽는 법과 한 장면에 오래 머무는 법을 배웠다. ‘닥치는 대로 많이 읽기’와 ‘파헤치듯 꼼꼼히 읽기’의 과정을 거쳐 요즘은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멤버들과 함께 나누고 있는 중이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첫 장. 읽는 용기

고전에 익숙해지기 : 인내

01. 진실되고 단호한 박치기 :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02. 안나를 대표하는 두 단어, simple과 spirit :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03. 누구라도 어디든 갈 곳이 한 군데는 있어야 한다 :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04. 속내를 드러내지 말 것 :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둘째 장. 읽는 힘

이야기의 세계관 : 관점

05. 독서하는 괴물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06. 인간의 심연을 관찰하다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07. 위장과 역할놀이를 통해 사랑의 정의를 탐색하다 : 『좋을 대로 하시든지』 윌리엄 셰익스 피어

08.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선 : 「참마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야기의 현대성 : 새로움

09. 소통을 말하다 : 「상자 속의 사나이」, 「산딸기」 안톤 체호프

10. 권력에 맞서는 카프카적 방식 : 「변신」 프란츠 카프카

11. 어느 계약직 직장인의 선언, “일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셋째 장. 읽는 습관

이야기의 가능성 : 발견

12. 독서를 통해 획득한 저항의 말들 :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13. 착한 딸들, 아버지의 질서에 반기를 들다 : 『작은 아씨들』(1) 루이자 메이 올콧

14. 글쓰기의 새로운 가능성 : 『작은 아씨들』(2) 루이자 메이 올콧

15. 삼년 만에 만난 구남친과 벌인 대결 : 『댈러웨이 부인』(1) 버지니아 울프

16.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걸까 : 『댈러웨이 부인』(2) 버지니아 울프

시대와 개인 : 인식

17. 혁명 속의 개인 :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18. 노동자의 생활상을 최초로 그리다 : 『목로주점』 에밀 졸라

19. 도움을 주기에는 장소가 좋지 않다 :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20. 극한 알바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조지 오웰

넷째 장. 읽는 행복

읽는다는 것 : 의미

21. 안나의 기차 안 책 읽기 :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22. 한 줄의 시구를 얻기까지 :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23. 책 읽기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

: 『도련님』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어쩌면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한다. 명문장이 아닌 장면에 주목하는 『막막한 독서』의 저자는 독자가 능동적으로 발견한 장면이야말로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장면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삶의 어느 한 부분과 은연중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나만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씨앗이 된다는 것은 독서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돈키호테』의 '진실한 박치기' 장면에서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세르반테스의 의도를 떠올려 보자. 그의 작품은 웃음을 유발하는 소설을 넘어,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적 주인공 안나는 종종 고뇌와 절망의 상징으로 읽힌다. 그러나 저자는 그녀를 비극의 주인공이 아닌 심플하고 활력 넘치는 존재로 새롭게 해석한다. 이러한 관점은 독서를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저자의 의도와 독자의 경험이 만나는 하나의 교차점임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느리게, 멈추어 서서 생각하는 과정을 동반한다. 체호프의 단편,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카프카의 『변신』에서 발견한 장면들은 독서를 통해 얻는 다양한 관점을 잘 보여준다. 그저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막막한 독서』는 바로 그러한 발견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로맨스 소설로 널리 알려진 『제인 에어』에서는 여성이 책 읽기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작은 아씨들』은 청소년 문학이 아닌,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작품으로 읽힐 수 있다. 고전을 대하는 색다른 방식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또한 난해한 모더니즘 소설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친숙한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관점은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동기를 제공한다.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는 환상 소설로 평가받기에는 그 깊이와 넓이가 너무나도 방대하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첫 문장은 실존적 고뇌와 소외감을 던지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이 첫 문장 뒤에 숨겨진 카프카의 내면적 갈등과 자아 비판은,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 보다 깊은 정서적 반향을 일으킨다. 카프카는 평생 동안 자신을 하찮고 작은 존재로 인식하며 살아갔다. 그는 자신을 "허약하고 하찮은 약골"로 비유했고, 영역본에서 이를 "flabby worm of the earth"로 표현했다. 이러한 자기 비하는 자존감 결핍을 넘어,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하찮음을 꿰뚫어보는 그의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이를 두고 "자기 자신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변신시키는 능력"이야말로 카프카의 독창적 재능이라고 평했다. 카프카의 작품은 그의 이런 고통스러운 자각과 자기 비판적 시선을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물리적으로 벌레로 변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가족과 사회 속에서 점점 소외되고,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부정당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상징한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마치 한 인간이 사회의 압력과 개인적 상실감 속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고, 궁극적으로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의 극단적 비유처럼 느껴진다. 그의 변신은 외적인 모습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내면이 고통과 소외 속에서 점진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그의 상상은 일상 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깊은 고뇌와 불안의 결과물이다. 『변신』의 상상 역시 하루아침에 떠오른 기발한 착상이 아니라, 카프카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과 인간 소외에 대한 집착적인 탐구의 산물이다.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카프카는 인간이 처한 존재론적 위기와 고립감을 작품 속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그의 변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점차 그를 부담스럽고 불쾌한 존재로 간주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소외와 거부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가족들이 처음에는 그의 회복을 기대하다가, 결국 그를 짐처럼 여기며 방치하는 과정은 현대 사회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카프카는 이러한 가족의 태도를 통해 인간 관계의 비정함과 개인의 고립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다. 특히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후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의 노력은 아무리 벌레가 되어도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이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는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그레고르가 결국 가족들에게서 완전히 외면받고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과 무가치함을 더욱 깊이 통찰하게 만든다.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그레고르의 비참한 운명을 통해 독자에게 던져진다. 특히, 자신을 "허약하고 하찮은 약골"로 인식했던 카프카의 내면은 그레고르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직시하려는 그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 카프카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가 묘사하는 기괴한 상황 때문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에 불편하다. 우리는 카프카의 글을 읽으며 우리의 나약함, 하찮음,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의 소외를 직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레고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벌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카프카가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모순,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탐구했다. 그의 자기 비판적 태도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우리 역시 카프카처럼 우리의 하찮음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독서는 결코 혼자만의 고독한 작업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한 디테일과 예기치 못한 관점을 발견하게 한다. 책은 독자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오며, 이러한 다채로운 해석은 독서의 깊이를 더해준다. 『막막한 독서』는 독자와 책, 그리고 독자들 간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해석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독서를 위한 저자의 제안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펼쳐진 페이지 앞에 오래 머물기'라는 것이다. 릴케와 버지니아 울프,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배운 이 방식은 독서를 내용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닌, 자신만의 관점을 키우는 기회로 삼도록 한다. 책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독서의 시작이라니, 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바쁜 일상 속에서 종종 독서는 단순한 체크리스트의 하나로 전락하기 쉽다. 하지만 느리게, 그리고 오래 머물며 책의 숨결을 느끼는 독서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독서는 곧 사유의 과정이다. 책 속의 장면은 우리를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끌어 가며,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킨다. 『막막한 독서』는 단순히 소설을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독자에게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을,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얻는 문학의 깊이를 가르쳐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 속에 숨겨진 세계를 열어보고,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일이다. 『막막한 독서』는 독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책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그 속에서 문학이 가진 깊이와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다. 느릿하고도 풍요로운 독서의 여정은 독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자신의 시선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그 과정 자체가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막막한 독서』와 함께라면, 나 자신만의 독서 여정을 더욱 느긋하고 풍요롭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독자가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문학이 주는 빛나는 순간들과 만나게 된다. 독서는 더 이상 막막한 행위가 아닌, 자유롭고 창조적인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보다 깊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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