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 죽음을 통해 진정한 내 삶을 바라보는 법
알루아 아서 지음, 정미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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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죽음과 관련한 의료 행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존엄사나 안락사를 법제화 하여야 하느냐는 문제로 여러 의견이 대립하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용어가 혼란스럽게 통영되는 것 같다. 존엄사, 안락사, 웰다잉, 조력 존엄사…. 이들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알아야 할 것 같다. 먼저 존엄사는 Death with Dignity로 의미없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스스로 결정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죽음 자체도 존엄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본인 스스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Euthanasie로 환자 생명 유지에 필수 적인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안락사에 대한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법 적용이 엄격한 미국의 경우, 환자가 자신이 응급상황에 빠졌을 경우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하였을 경우,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락사의 최종 선택은 본인보다는 타인 즉 보호자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웰다잉은 Well Dying으로 잘 사는 것 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개념인 것 같다. 조력 존엄사는 Physician-Assisted Suicide로 의료진의 약물 처방을 안내 받은 후, 환자 스스로 결정하는 죽음이다. 이미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법제화가 완료되어 조력 존엄사 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이 있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죽음을 바라보는 임종 도우미의 입장에서 죽음을 이야기 한 신간을 읽게 기회를 얻었다. 알루아 아서의 <죽으미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이다.
저자는 임종 도우미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죽음이라는 용어를 말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에서 임종 도우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임종 도우미는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평온하고 존엄 있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다. 이들은 임종 준비뿐만 아니라 법률 문제와 재산 정리, 의료 서비스 조율, 장례나 추모 계획 수립, 그리고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의 정서적 지원까지 폭넓게 관리한다. 조직화된 종교나 특정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증가하고,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이들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고잉 위드 그레이스(Going With Grace)’와 같은 단체는 임종 도우미 교육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확장하며,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필요를 채우고 있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면서,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여정으로 이끌어 준다. 저자는 죽음을 삶의 끝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깊은 본질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로 제안한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죽음을 숙고하고 이를 삶 속에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삶의 마침표가 단순한 종결이 아니라, 만족스럽고 완전한 문장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살도록 돕는 중요한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삶이 가진 경이로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매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슬픔, 분노, 상실감 등 복잡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논의를 피하며, 이러한 감정을 숨기고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내부에서 곪아 문제를 악화시킨다. 이는 죽음을 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해야 할 필연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공공연히 논의하지 못하도록 막는 분위기 속에 산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채 외롭고 두려운 마지막 순간을 맞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죽음과 가까이하는 경험이야말로 삶의 고통스러운 복잡성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진실을 받아들이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개인적인 삶에서 경험한 어려움, 특히 가나에서의 어린 시절과 가족이 겪은 쿠데타의 공포, 그리고 소중한 시동생의 죽음을 통해 이러한 통찰을 얻었다. 그녀는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감정과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임을 깨달았다. 죽음은 우리가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미처 치유하지 못한 감정적 상처를 마주하며, 용서와 화해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미처 실현하지 못한 꿈, 후회, 기쁨, 사랑 등을 다시 떠올리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에게 깊은 치유와 평화를 선사한다.

저자는 자신이 임종 도우미로 활동하며 만난 고객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어떻게 삶의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는지 생생히 전달한다.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충분히 놀지 못한 후회, 사랑과 관계에 대한 미완의 이야기, 방치된 감정적 상처와 용서의 갈망 등은 우리가 삶 속에서 자주 간과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보다 신중히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죽음은 삶의 경이로움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종 삶의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삶 전체를 다시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깊은 깨달음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죽음과 직면했을 때만이 가능하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삶의 모든 부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저자의 메시지는 죽음을 준비하고 이를 논의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삶의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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