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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이번에 이러한 동남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인물들의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강희정외 5인 공저인 <인물로 읽는 동남아>이다. 이 책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경험을 존중하고, 글로벌 사회에서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밑거름이 되기 기대해 본다.
저자는 먼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경험한 20세기의 변화와 그 시기를 주도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역사와도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보여주는 동남아시아 역사를 살펴본다. 첫 번째로 다루어지는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입헌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나라로, 왕정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쁘리디 파놈용이라는 지도자는 태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주역으로, 1932년 '인민당' 혁명을 통해 절대 왕정을 종식시키고 입헌 군주제와 내각제를 도입했다. 쁘리디는 공산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으나, 그의 답변과 논쟁을 통해 정치적 이념에 종속되지 않은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뿐 아니라 어떤 독재 체제도 반대한다고 말하며, 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분투했다. 그는 이후 군부 독재에 맞서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고수한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동남아 역사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독재자이다. 그는 급진적인 공산주의 정권인 '크메르루주'를 이끌며 극단적인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그 결과는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규모 학살이었다. '킬링 필드'로 대표되는 이 비극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무너지는 참혹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 극단적인 평등주의 정책은 캄보디아의 사회 구조를 철저히 파괴했고, 폴 포트는 역사적으로 최악의 독재자이자 학살자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은 후세대들에게 독재와 권력 남용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경고로 남아 있다.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전쟁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 평화와 화합, 비폭력의 메시지를 전파한 인물로 소개된다. 그의 사상은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여, 상처받은 베트남 사람들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틱낫한이 창안한 ‘인터빙(Interbeing)’이라는 개념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담고 있으며, 이는 세상의 평화를 향한 그의 간절한 바람을 보여준다. 이 철학은 전쟁과 정치적 탄압을 피해 망명 생활을 하던 중에도 그의 신념을 지켜내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했다. 틱낫한은 베트남을 넘어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으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메시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1장에서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나라들의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들어 온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동남아시아가 걸어온 길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이 겪어온 근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과 닮아 있는 이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와 같은 아픔과 희망을 품었던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2장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이후 겪은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을 중심으로, 각국의 독자적인 정치적 실험과 시행착오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방식으로 국가 발전을 추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먼저, 인도네시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복잡한 민족성과 문화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한 국민 국가로의 통합이 도전 과제였다.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민족주의, 종교,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통합한 '교도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강력한 독재 정치를 펼쳤다. 수카르노의 리더십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경외와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그의 통치 스타일은 상당히 예측 불가능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단일 민족 국가로 이끌려는 강력한 의지로,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려 했지만, 결국 그의 방식은 독재 정치로 이어져 오늘날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인도네시아 정치와 현대사에 미친 영향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저널리스트 목타르 루비스는 수카르노의 독재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목타르는 독립 이후에도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 힘썼으며, 수카르노 정권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독립적 언론 활동을 펼쳤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전쟁의 참상과 한국인의 아픔을 전 세계에 알리며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인도네시아 라야》 신문을 창간하여 수카르노의 정치적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그의 신문은 폐간되었고, 목타르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타르는 소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자카르타의 황혼》과 같은 작품에서 그는 풍자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사회를 다루며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웠다.3장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겪었던 고난과 투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다룬다. 저자는 각국의 역사적 상황과 각기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비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쟁 방식을 소개한다. 이들 중 일부는 폭력과 외교를 통한 강경책을, 또 다른 이들은 문학과 평화적 접근을 택하며, 각자 조국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한 길을 개척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택한 방법을 통해, 민족의 독립과 주권 회복이라는 꿈을 향한 투쟁의 청사진을 그렸다. 특히 미얀마, 동티모르, 그리고 필리핀의 독립운동가들이 각기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모습을 심도 있게 묘사한다. 미얀마의 아웅산은 자신의 조국 미얀마를 독립시키기 위해 타협과 동맹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과의 동맹을 맺기도 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영국과 손을 잡는 등 실용주의적인 전략을 사용했다. 그의 이와 같은 행보는 비록 정치적 위험을 동반했지만, 미얀마 독립에 대한 그의 강렬한 열망을 드러내준다. 아웅산의 이러한 현실주의적 접근은 그의 딸 아웅산 수치에 의해 현대 미얀마에서 이어지며, 그의 유산이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저자는 평가한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