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대화 콤플렉스 - 말실수가 두려워 말수를 줄이는 우리의 자화상
유승민 지음 / 투래빗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는 말 한마디가 불편한 상황을 초래할까 조심하고,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모든 단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지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우리의 언어는 갈수록 두려움과 피로감을 수반하며 “착한 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리의 자화상에 대한 신간 샘플북을 읽어볼 기호가 있었다. 유승민님의 <착한 대화 콤플렉스>였다. 샘플북이라 11월에 발간될 책의 세개의 꼭지를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과 함께, 올바른 소통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언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해 주길 기대해 본다. 먼저 받아 본 샘플북에는 작가인 유승민님의 짧은 편지도 동봉되어 있어, 정성이 느껴졌다. 흥미를 가지고 읽어 본다. ^.^
저자는 언어와 대화에서 민감성과 배려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의 변화와 갈등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 책은 특히 ‘언어 감수성’의 발달과 함께, 사회적으로 점점 더 많은 단어가 금기시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익숙했던 표현들이 갑자기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는 단어로 변하고,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평범한 단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기 어려운 금기어로 취급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회적 이슈와 시대적 변화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효자상품’, ‘버진 로드’ 같은 일상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단어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언어 감수성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언어를 다루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정말 많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유모차’라는 단어가 성평등 논쟁으로 바뀌어 ‘유아차’라는 대체어가 등장한 사례를 소개해 준다. 이 단어를 둘러싼 논쟁이 표현의 문제를 넘어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얼마나 복잡하게 작용하는지를 시사한다. 언어 감수성이 커짐에 따라 사람들은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사회적 감수성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하게 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화를 피하게 만들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긍정적인 변화일지, 혹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될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단어를 둘러싼 이슈가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의도와 해석 사이의 괴리로 인해 오해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쁘다’라는 표현이 현대에 와서 칭찬의 의미를 넘어서서 외모를 평가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가엾다'라는 의미로 쓰였으나, 점차 외모 중심의 평가로 변질되었고, 오늘날엔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외모 평가로 국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외모나 매력을 칭찬하는 표현조차 이제는 신중히 사용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현상을 조명한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예쁘다’라는 표현에는 상대방을 평가하는 뉘앙스가 포함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언어적 함정이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모나 행동을 칭찬하는 말들이 일종의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쁘다’가 평가를 넘어 기대와 부담을 만들어내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상대의 언어와 시선에 민감해지고, 외적인 요소를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심화된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예쁘다'와 '잘생겼다'는 표현이 미디어와 사회적 환경에 의해 특정한 이미지로 고정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사람들의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과, 특히 여성에게 더 강하게 작용하는 외모 지상주의 문제를 짚으며, 외모 외의 다양한 매력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무심코 사용된 차별적 언어가 소통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A'가 일본 내에서 한국인인 저자를 향해 '조센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인에게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이다. 저자는 이를 불쾌하게 느끼지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고려해 침묵을 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승민은 무의식 중에 스며든 차별적 언어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지적하며, 차별적 발언을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신중한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저자는 무례한 발언을 즉각적으로 반박하거나 맞대응하지 않으며,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조심스레 대응한다. 이러한 태도를 "착한 대화"로 묘사하며, 대화를 통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대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차별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저자가 더 긴 시간을 두고 'A'와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면, 상대방에게 차별적 언어의 불쾌함을 보다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이는 대화를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유승민의 생각을 반영하며, 차별적 언어와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시간과 신뢰가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착한 대화 콤플렉스- 샘플북>, 총리뷰
저자는 ‘착한 대화’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은 선의이지만, 동시에 이는 과도한 언어적 조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대화의 본질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 있지만, 언어 규범이 엄격해질수록 대화의 자율성이 줄어들고 소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저자는 ‘말’이라는 행위 자체에 담긴 복잡한 심리와 사회적 변화를 통해, 우리가 더욱 풍부하고 배려 깊은 대화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샘플북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