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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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한 역사관이 여러 갈등을 낳고 있다. 뉴라이트 문제 친일 문제 등 여러 문제들로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그 속에서 잊혀졌던 인물들을 되새기고 우리의 역사관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역사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 본다. 대학 때 읽은 E.H. 카(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생각 난다. E.H. 카의<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학의 본질과 역사 연구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책으로, 역사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는 역사를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가의 해석과 선택이 개입된 것으로 본다. 그는 역사적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가가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주장하며,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역사가의 주관적 견해가 역사를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역사가들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역사는 사실의 선택과 해석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지며, 에 따르면, 역사는 항상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게 때문에 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시대적 변화와 시기에 따라서 그 해석이 달라진 것이다. 관련하여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우리나라 인물들과 그들이 어떻게 우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는지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조형근님의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였다. 최근 역사 논란과 함께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조형근님의 책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걸친 식민제국주의 시기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살아간 수많은 개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역사서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과는 다른 관점에서,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상호작용했던 동시대 인물들의 연결을 살피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사고 체계, 인식, 감수성 등의 유산을 이야기 해 준다. 이는 역사를 과거의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담긴 복잡다단한 인간의 마음과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 책은 전통적인 역사적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에게 역사적 책임과 그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조형근은 책을 통해 파리코뮌, 러일전쟁, 의화단운동, 제1차 세계대전, 3.1운동, 제1차 상하이사변, 베를린 올림픽,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여러 역사적 사건 속에서 살아간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들은 정치인과 군인, 연예인과 작가, 과학자와 지식인, 성을 파는 여성과 여성운동가, 독립운동가와 밀정, 평범한 생활인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책은 그들의 선택과 행동을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간다. 예를 들어, 일본군에 의해 버마로 강제 징용되어 포로 감시원이 된 조선인들, 신분을 숨기고 일제 괴뢰 만주국의 스타가 되었으나 후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선 일본 평화운동가 리샹란, 염소가스 제조법을 발명하여 대량학살의 시대를 연 프리츠 하버, 약육강식의 질서를 내면화하면서도 이혼녀들을 변호한 윤치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역사의 주역들이었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때로는 숭고하고, 때로는 비열한 선택을 하며, 이 선택들이 새로운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국가와 민족, 선과 악, 승리와 패배, 피해와 가해의 경계를 넘어선 역사의 복합성을 깨닫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전통적인 역사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거시적 관점이 아닌 미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대규모 전투나 전쟁 같은 큰 사건보다는, 그 사건에 휘말린 개인들의 복잡한 감정과 선택을 상세히 다룬다. 예를 들어, 콰이강의 다리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포로 감시원들의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단순히 일본군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낀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드러낸다. 그들은 일본군에게 맞고, 포로들을 학대하는 가해자였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징용되어 왔다는 사실과 전범 재판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이중적 위치에 있었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 더 복잡한 인간적 현실을 이해하도록 이끈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를 '인간의 이야기'로서 풀어간다는 점이다. 저자는 단순히 악인과 선인,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전통적 역사적 인물을 넘어,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프리츠 하버의 손녀가 할아버지가 만든 독가스의 해독제를 개발하던 중, 연구 예산이 핵폭탄 개발로 우선 투입된다는 소식에 자살을 선택한 이야기는 과학의 발전이 단지 인류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군 포로 감시원이었던 조선인이 영국인 포로를 구하기 위해 열차 문을 열어준 작은 행동은 역사 속 개인의 작은 선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다층적이고 복잡한지를 강조한다. 그들의 선택은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으며, 그들의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국주의 시기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우리는 보통 이 시기를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그로 인한 피해로만 이해하려고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폭력을 가능하게 한 당대의 사고 체계, 인식, 감수성의 구조를 이해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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