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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7 - Seed Novel
반재원 지음, Eika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반재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창작현실에 대해 절규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한권이었다. 여태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오던 초인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사실 초인=작가, 시민=독자로 치환해서 보면 모든 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물론 굳이 그것을 작가와 독자로 보지 않고, 다른 분야의 만들어서 제공하는 쪽과 받아들여서 즐기는 쪽으로 봐도 될 것이다. 어디다가 끼워맞춰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소설이기 때문에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반재원 작가는 결국 언데드맨처럼 독자를 미워하는 자신을 넘어, 독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긍정하는데 성공했을까. 이것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떠드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부디 그러길 바란다. 뭔가를 미워하면서 해야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니까.
다른 작품 이야기지만,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워하는 것을 어떻게 깨우칠 수가 있냐고. 분명 웃어넘겼던 수많은 독자들의 악의는 작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딜레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상, 하편 구성인 주제에 하편이 8개월만에 나오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는 듯 해서 묵직한 만족감을 준 한권이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반재원 작가의 연출력은 대단하다. 냉정하게 보면 하나같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쓸데없이 찌질하게 열폭하면서 똑똑하고 힘있는 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과정인데 이 정도로 힘있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굉장히 잔혹한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몰리다가 결국 파탄이 나고 만다. 그러다가 불사조처럼 일어났나 싶으면 그때까지의 일들은 서막에 불과했다는 듯 잔혹한 진실들이 해일처럼 몰아치다가 결국 배드엔딩을 맞이하고 만다. 어떤 말로 포장해도 그가 그린 이야기는 모두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이 패배해가는 과정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가 만들어낸 빌어먹을 세계가 강요하는 잔혹한 진실에 승리한 이는, 그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만이 아니고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긍정적인 존재가 잔혹한 상황에 맞서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눈부시게 그리지만, 작품 속에서 그 싸움이 긍정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오라전대 피스메이커는 배드엔딩이었다.
난 그 엔딩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딱히 남자였던 놈이 여자가 되어서 히로인으로 등극하더니 다시 남자로 돌아갔는데 주인공 놈은 그래도 사랑을 고백하고 밤하늘의 별이 되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트레이도 배드엔딩이었다.
가능성, 좋은 말이지. 그러나 말일 뿐이다.
이번에는 다르길 바란다. 이걸로 섬벨리나, 어쨌거나 빼도박도 못하고 히로인 확정. 부적절한 사랑을 불태우던 라이징 발키리가 밤하늘의 별이 되어 탈락하고, 박쥐 여자가 미망인의 성숙함으로 그를 감싸안으려고 하지만... 결국 라이트노벨의 원점은 보이 밋 걸인 법이다. 그렇게 궁상노선을 달리다가 불행을 택한 소년과, 날 때부터 지금까지 불행하기만 했던 소녀는 서로 만났다. 이후의 이야기는, 글쎄, 부디 이번에는 반재원 작가가 해피 엔딩이 뭔지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