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노트 Another Note - 로스앤젤레스 BB 연속 살인사건
오바 츠구미 원작, 니시오 이신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원작을 소설화한 노블라이즈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런 작품을 사서 펼쳤을 때 지뢰가 아닌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이 작품을 뒤늦게 구입하게 된 것은 작가가 니시오 이신이었기 때문이다. 책장정리를 하다가 나란히 꽂혀있는 데스 노트 원작을 보았을 때, 그리고 왠지 그 바로 옆 책장에 꽂혀있는 헛소리꾼 시리즈를 보았을 때 퍼즐이 맞아떨어졌다. 데스 노트와 니시오 이신의 만남. 이것은 재미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노블라이즈 작품에 대한 불신감이 아주 깊었다. 하물며 니시오 이신. XXX 홀릭 노블라이즈 작품으로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각해보면 9천원짜리 책을(물론 15% 할인에 3% 마일리지 적립이었지만) 선뜻 구매하는 것을 망설였다 한들 내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으리라. 또한 니시오 이신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볼 때, 나는 1승 2패였다. 헛소리꾼 시리즈는 좋아하지만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는 영 꽝이었고, XXX 홀릭 노블라이즈 작품은 다시 떠올리기 싫다. 이후 최근 일본에서 대히트였다는 바케모노가타리와 카타나가타리가 출간되면 이 전적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니시오 이신답게 제정신이 아니면서도 시원시원한 작품이라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지. 나는 데스 노트의 팬인 친구에게 이 작품의 평가를 들었다. 친구와 나의 취향은 엇갈리는 구석이 많지만, 어쨌든 모험을 할때는 참고할 자료가 필요한 법이다. 친구의 평에 의하면 데스 노트 노블라이즈 작품은 1승 1패. 이쪽은 당첨, L change the world 쪽은 꽝. 빙고.

주문해놓고 도착하기 전에 데스 노트 전권을 다시 읽었다. 노블라이즈 작품을 보기 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도는 다시 봐두고 싶었으니까. 다시 봐도 L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2부가 맥 빠졌던 이유는 니아와 멜로라는 꼬맹이들이 L에 비하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L을 죽이지 않는 편이 좋았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노블라이즈 작품에서 굳이 L의 과거를 다룬 것이겠지. 미소라 나오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L의 대체품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것도 아주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원작을 기반으로 해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스토리적인 트릭에 이르기까지. 노블라이즈 작품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다니 약간 분하다. 어쩌면 노블라이즈 작품에 항상 이런 것을 기대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데스 노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아, 문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다.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니시오 이신 특유의 당장 파탄날 것 같은 말장난의 폭풍을 각오(혹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멀쩡한 문장. 중2아트는 이 작품에는 없다. 하지만 니시오 이신 특유의 냄새는 분명 있다. 문단을 꽉 채운 듯한 느낌은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쪽보다 훨씬 읽기 편하고 즐겁다. 멜로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시점이 약간 제멋대로 튀면서 1인칭적이기도 전지적이기도 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다 읽고 나니 기왕이면 마지막에 언급한 사건들도 다 노블라이즈해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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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7 - Seed Novel
반재원 지음, Eika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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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창작현실에 대해 절규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한권이었다. 여태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오던 초인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사실 초인=작가, 시민=독자로 치환해서 보면 모든 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물론 굳이 그것을 작가와 독자로 보지 않고, 다른 분야의 만들어서 제공하는 쪽과 받아들여서 즐기는 쪽으로 봐도 될 것이다. 어디다가 끼워맞춰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소설이기 때문에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반재원 작가는 결국 언데드맨처럼 독자를 미워하는 자신을 넘어, 독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긍정하는데 성공했을까. 이것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떠드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부디 그러길 바란다. 뭔가를 미워하면서 해야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니까.

다른 작품 이야기지만,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워하는 것을 어떻게 깨우칠 수가 있냐고. 분명 웃어넘겼던 수많은 독자들의 악의는 작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딜레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상, 하편 구성인 주제에 하편이 8개월만에 나오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는 듯 해서 묵직한 만족감을 준 한권이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반재원 작가의 연출력은 대단하다. 냉정하게 보면 하나같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쓸데없이 찌질하게 열폭하면서 똑똑하고 힘있는 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과정인데 이 정도로 힘있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굉장히 잔혹한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몰리다가 결국 파탄이 나고 만다. 그러다가 불사조처럼 일어났나 싶으면 그때까지의 일들은 서막에 불과했다는 듯 잔혹한 진실들이 해일처럼 몰아치다가 결국 배드엔딩을 맞이하고 만다. 어떤 말로 포장해도 그가 그린 이야기는 모두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이 패배해가는 과정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가 만들어낸 빌어먹을 세계가 강요하는 잔혹한 진실에 승리한 이는, 그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만이 아니고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긍정적인 존재가 잔혹한 상황에 맞서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눈부시게 그리지만, 작품 속에서 그 싸움이 긍정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오라전대 피스메이커는 배드엔딩이었다.

난 그 엔딩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딱히 남자였던 놈이 여자가 되어서 히로인으로 등극하더니 다시 남자로 돌아갔는데 주인공 놈은 그래도 사랑을 고백하고 밤하늘의 별이 되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트레이도 배드엔딩이었다.

가능성, 좋은 말이지. 그러나 말일 뿐이다.

이번에는 다르길 바란다. 이걸로 섬벨리나, 어쨌거나 빼도박도 못하고 히로인 확정. 부적절한 사랑을 불태우던 라이징 발키리가 밤하늘의 별이 되어 탈락하고, 박쥐 여자가 미망인의 성숙함으로 그를 감싸안으려고 하지만... 결국 라이트노벨의 원점은 보이 밋 걸인 법이다. 그렇게 궁상노선을 달리다가 불행을 택한 소년과, 날 때부터 지금까지 불행하기만 했던 소녀는 서로 만났다. 이후의 이야기는, 글쎄, 부디 이번에는 반재원 작가가 해피 엔딩이 뭔지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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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 1 - 백경
박건 지음 / 청어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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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스터'의 작가 박건의 신작. 어디선가 작가가 이 작품 출간을, 전작과의 유사성 때문에 망설였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해할만 하다. 왜냐하면 설정이 똑같기 때문이다. 초월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현재의 문명수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만들 수 없는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구한 끝에 초인들을 양성해낸다는 내용.

전작과의 차이점은 이번에는 초반부터 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아무래도 전작과 꽤 깊게 연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는 점. 단순히 자기복제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을 이 세계관 내에서의 시리즈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작과 깊게 연계되는 2부라면 그런 포지션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는 내용과 재미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게 없이 독립된 내용으로 끌고 나간다면 자기복제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백경이라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백경분의 일 확률로 등장하는 천재라는 설정이다. 만도 억도 조도 아니고 경인데 백경이다. 그런 천재가 어째서 한 행성, 한 세대에 세 명이나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절대자들도 당혹감을 금치 못할 지경. 하지만 존재하기에 소설인 것. 이 설정이 주는 뉘앙스와 마찬가지로, 소위 중2병스럽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그런 설정들이 다소 등장한다. 작가는 설덕후 기질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데 그 설정을 재미있어할 수 있냐 아니냐로 이 소설에 대한 호오가 정해지지 않을까.

이것은 게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이미 게임을 소재로 한 진짜 판타지다. 올마스터와 마찬가지로.

1, 2권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3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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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2010-04-2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초에 디오는 올마스터와 세계관이 같은데요?.
디오2권막바지에 나오는 디오의사장(?)녀석은 분명 제니카로 유추되죠.
게다가 제니카와 영상통화(?)했던 녀석. 하얀법의를 입은 청년..
아마도 다리안의 인정을 받았던 하이프리스트'로안'이겟죠.
딱보면 척 아닌가요?.
게다가 조아라에서 연재하실때 디오가 올마스터의 몇백년후 라고 하셧는데말이죠.
전작과의 유사성이라.. 설정이 똑같다라..
애초에 세계관이 같습니다만..
아시겟죠 이제는?
 
전자의 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4
이시다 이라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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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를 읽었다. 1~3편도 무척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시다 이라는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차갑고 험악한 부분들을 보여주면서도 자칫 지나치게 무겁거나 시궁창 같은 기분이 들지 않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살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절묘한 무게감을 보여주는 작가다. 이번 편에서도 이케부쿠로의 무일푼 해결사 마코토는 뛰고, 뛰고, 또 뛰어다니며 친구를 늘려간다. 절묘한 추리나 상상도 못한 기발한 방법들이 아니라, 누구나 동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말 현실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해결이 이루어질 것 같은 수단들만 사용된다는 것도 장점.

4편에 해당하는 '전자의 별'은 정말 꽉 차 있는 느낌이었다. 라멘 가게의 학대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점원의 이야기도, 용서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도, 미얀마에서 일본으로 건너와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파는 14세 소년의 이야기도, 하나같이 책 한권을 읽은 것 같은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다만 신체절단을 소재로 삼은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타이틀이기도 한 '전자의 별' 만큼은 두번 다시 읽고 싶지 않다. 부담스러웠다.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책이지만 단 하나, 치명적인 불만이 있다. 바로 표지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4~6편이 나오면서 1~3편도 표지를 일신해서 다시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전의 표지가 훨씬 좋다. 신장판 표지는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조만간 포장지로 싸버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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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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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그리 즐겨읽지 않지만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은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추리만화 같은 추리물 패턴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사정에 대해서 깊게 다루고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성녀의 구제' 역시 그런 작품으로, 나는 모르고 그냥 먼 길 가는데 하나 읽을게 필요했는데 마침 못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보이길래 사들고 열차에 몸을 실었던 것이었지만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였다. 이번이 4번째라고 한다.

450페이지 정도의 두툼한 책인데, 굉장히 몰입해서 2시간 반 정도만에 읽었다. 가는 길 내내 갈아타는 역을 하나 지나치고, 또 마지막에 내리는 역을 지나칠 뻔 했을 정도로 계속 몰입해서 읽었고 또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약속했던 일 관련 만남이 끝날 때까지 남은 분량을 읽고 싶다는 마음에 시달렸다. 몰입해서 좔좔 읽히는 글맛도 있었고, 하나하나 가능성이 제시될 때마다 더더욱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궁금증이 증폭되어갔다.

이번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즐겨쓰는 방식인 '범인은 처음부터 다 까발려놓고' 트릭만을 감춰놓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정을 갖고 있고, 그 사정은 처음부터 천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를 깊게 만들어가고 트릭을 오리무중으로 몰고 간다. 이것의 해결을 위해 유가와라는 천재 탐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 중 하나로 꼽고 싶은 것이 절대 경찰을 무시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사건해결을 위해 발로 뛰고 노력하는 경찰들은 결코 오만한 천재탐정 때문에 바보취급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마지막에 허수해로 표현된 트릭이 밝혀지고, 어째서 제목이 그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었던 '성녀의 구제'인가를 깨달았을 때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아하! 이래서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구나! 이 작품의 마지막 퍼즐은 트릭이 아니고 제목의 의미였다.

즐거운 한권이었다. 요즘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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