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재밌다. 컬러 일러스트는 최고!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4 - Seed Novel
반재원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9월

오늘 사서 지하철에서 오는 길에 단숨에 읽었다. 320페이지 가량의 분량은 가격과 이야기의 스케일에 딱 들어맞는 적절한 분량이었지만 이 4권이 나오기까지 반년이 걸렸음을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반재원이라는 작가가 결코 빠른 작가가 아닌 데다가 '스트레이'까지 병행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연말까지 한권은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 10월에 '스트레이' 완결권이 나올 예정이라니 좀 힘들 것 같긴 하지만. 게다가 내년부터는 또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종결장 '다크 나이트'가 나올 예정이라니 여전히 페이스가 느릴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속도가 빠르지 않은 작가라면 그냥 하나에만 집중해줬으면 하지만, 그가 발표할 다른 작품도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이번권에는 표지 일러스트를 사용한 책갈피가 들어있다. 팔랑팔랑거리는게 두께가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부록은 언제나 감사히 받을 뿐. 아무래도 책 사는 입장에서는 책갈피 할 뭔가가 없는 책보단 책갈피 할 뭔가가 있는 책이 좋다.

이번권도 일러스트는 최고였다. 개인적으로 표지는 이제까지 중에 가장 좋았다. 개인적으로 1, 2권에서 표지를 장식한 서은비가 전혀 귀여워 보이지 않았다.(이번 속표지의 서은비는 좀 낫더라) Aika의 그림체를 잘 살리지 못하는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건 개인적인 호오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마침내 일러스트로 모습을 드러낸 프리티 하니의 정체, 노슬기의 일러스트는 Aika 그림체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함께 표지를 장식한 저격망토 진명도 어째 주인공 서지우보다 한 천만배 정도는 멋있어 보인다. Aika가 그린 남자 캐릭터가 다른 노이즈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고 순수하게 멋져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어째 정말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게 어디가 중딩이란 말이냐. 물론 작중에서도 그 점이 불가사의로 부각되지만.

이번권은 3권까지에 비하면 다소 가벼운 내용으로, 초인산업의 엔터테인먼트성향을 테마로 초인들의 커플 기믹과 연계된 치정극을 최대한 살린, 실로 막장으로 치닫는 한권이었다. 그래서 재밌었다. 분량도 적절해서 지루하게 늘어지는 부분도 전혀 없었고, 수습 못하고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되는 곳도 없는 안정된 균형감은 반재원 작가의 스킬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1, 2권쯤에는 거슬렸던 은비의 친오빠 사랑은 이젠 슬슬 자포자기 수준이라 그냥 반감이고 뭐고 없이 개그로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작가의 심정도 똑같지 않나 싶다. 뭔가 저지르고 나서 집중포화 받고 나니 이제와서 어쩔 수도 없는데 어쩌라는 거냐, 자포자기다, 이게 바로 나다! 이런 느낌이 언데드맨의 캐릭터까지 포함해서 이번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아주 즐겁다.

이렇게 개그분위기 일색인 본편과는 달리 에필로그에서는 또다시 묵직한 떡밥이 던져진다. 사장 케이케이의 정체가 그렇고, 초인동맹의 원로들이 그렇다. 영국의 원로는 머신 아더, 일본의 원로 쿠로유키의 무기는 신검 도츠카노츠루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지 않고 이름만 언급된 중국의 원로는... 브루스 류!

3권에서는 유가인과 한시영, 기가스 티폰이 등장한 데다가 온라인상에서 작가가 그 유가인이 맞다고 긍정까지 한 상황에 4권에서 또 피스메이커 떡밥이 와르르 쏟아지다니. 그 당시부터 반재원 작가의 팬이었던 나야 이런 요소들을 즐거워할 수 있지만 새로운 독자층을 생각하면 좀 과하게 예전 작품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유가인과 한시영, 그리고 기가스 티폰이 예전 그것이 아닌 패러렐 월드상의 다른 존재일 뿐이었으면 그럴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 부분은 즐거운 반면 여러모로 아쉽기도 하다.

이번권은 다소 쉬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에필로그에서 던진 떡밥도 있고 하니 다음권에는 다시 본격적인 중심스토리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되도록 올해 안에는 나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