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레나이 4 - 추악한 축제 - 하, Extreme Novel
카타야마 켄타로 지음, 김용빈 옮김, 야마모토 야마토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학산의 '책을 두꺼워 보이게 만드는 능력'은 대단한 것 같다. 고작 200페이지밖에 안 되는 책인데 NT 노벨 300페이지 짜리 책이랑 비교해도 두께가 그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하긴 '문학소녀' 시리즈를 보면 250페이지 미만인데도 350페이지 이상의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만큼 두꺼워보이기도 했다.

이번권은 고작 200페이지다. 그것도 본문은 160페이지 정도뿐. 나머지는 '별책부록'이다. 작가후기도 없다. 덧붙여 본문은 살그머니 21줄이니 다른 책처럼 나왔으면 한 180페이지는 됐을까? 정말로 끔찍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본판은 더더욱 끔찍한 구성이었다고 한다. 이것도 그나마 미완결로 내고 나서 '팬북'에다가 나머지 내용을 삽입하는 상상초월의 짓거리를 저질렀는데 한국판은 그것을 합쳐서 내주었다. 출판사의 행태에 치를 떨고 싶은(학산 말고, 일본) 심정이면서 동시에 작가에게도 한소리해주고 싶어진다. 이 작가는 '전파적 그녀'도 3권에서 뜬금없이 메롱해버리더니 '쿠레나이'도 슬슬 쓰기 싫어진 걸까. 가끔 보면 세상에는 장편 시리즈를 쓰면 안 되는 작가들이 보인다. 너무 쉽게 질려서 중간에 때려쳐버리는.  내가 지켜본 카타야마 켄타로는 이 부류에 속하는 작가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떨지. 최근 인터뷰에서는 당분간 '쿠레나이' 말고 '전파적 그녀' 후속을 쓰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라면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권을 다 보고 난 감상은 일단 작가가 정말 쓰기 싫었구나 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개인적으론 제10장 종연 직전까지는 나름대로 좋았다. 물론 이 물건은 파워밸런스 따윈 우주 어딘가로 날려버린지 오래다. 2권에서는 빌빌거리다가 무라사키한테 전화 한번 받으니 전투력이 100만배 상승했던 쿠레나이 신쿠로는 호시가미 제나는커녕 그 부하한테 찌질대다가 무라사키가 눈앞에 나타나니 전투력이 2억배 상승해서(피콜로 대마왕과 싸우던 손오공이 갑자기 초사이어인으로 변해서 프리저를 쓰러뜨린 느낌이었다) 찌질이 주제에 절대강자의 카리스마라도 가진 것처럼 폼 잡으며 가뿐히 분쇄, 호시가미 제나와 동등한 레벨의 파워를 보여주며 더블 KO로 가는 것은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왠지 모르게 흘러나오는 헛웃음. 허허허. 

물론 호시가미 제나의 안면에 한방 먹이는 장면이 멋있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 이번권이 전개가 시원시원해서 죽죽 읽히는지라 그 부분에서 어이가 없으면서 동시에 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심각한 파워 인플레에 시달리는 소년만화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합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작가의 뇌리 속에서 로리콘 파워는 찌질이도 절대 카리스마의 초강자로 거듭나게 하기에 충분한 근거로 자리매김한 모양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갔으면 마무리는 제대로 해야할 것 아닌가. 이제부터 진정한 볼거리가 시작된다는 분위기를 풍겨놓고 거기서 끊더니 그 다음은 요약. '우리 열심히 싸웠고 결과는 해피엔딩입니다. 찌질한 로리콘 새끼 수고했어.'라니 아무리 쓰기 싫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그리고 죽기 직전에 몰린 인간이 산간지방의 추위에 가사상태에 빠져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거의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의 백혈병 스토리나 사실은 넌 내 자식이 아니고 동생이야 혹은 너희들 사실은 남매다 수준이다.

이번권은 진짜 작가한테 화가 난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일러스트 뿐이다. 야마모토 야마토, 당신은 정의롭다.

5권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작가 하는 꼬라지 보니까 몇년 후에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5권도 이런 식이면 그때는 집어치우겠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일단 5권은 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점은 대단하다. 일정을 어기는 것은 사실 프로로서는 실격이라도 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소홀한 것은 용서가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카타야마 켄타로보다는 차라리 '헌터 X 헌터'의 토가시가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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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als58957 2009-03-0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돈아까워 죽겠습니다!!! 3권에서 마지막에 재밌다가 뚝 짜르니깐...

이거 안볼수도없고 뒷감이 찝찝해서 4권 샀습니다....4권은 더 가관이더군요...

아진짜 작가분 쓰기 싫으면 좀 쉬어서 쓰든가 막장으로 내면 어떡하라고..

제발 초심으로 돌아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