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포용왕 7 - 화룡정점(火龍定點), 완결
김운영 지음 / 청어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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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나온 것도 모르고 있다가 같이 봤다. 6권에서 라스트 보스가 손쉽게 죽어버리는 바람에 과연 이번권은 어떤 식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고 감동의 결말을 낼까 기대했는데, 이런. 7권은 통째로 에필로그다. 마선도에 가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내용에는 굴곡이 없다. 6권에서 끝나버린 내용의 뒷정리를 할 뿐이다.

내 사견을 말하자면 작가가 분량조절에 실패한 게 아닌가 싶었다. 6권의 내용 일부가 7권에 왔어야 했고, 7권의 내용은 이것의 반 이하였어야 했는데 쓰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 보이는 거다. 6권은 결말이 너무 빨리 왔고, 7권은 에필로그가 너무 길었다. 덕분에 여러모로 아쉬운 느낌이 드는 끝이다.

6, 7권에서 무척 거슬렸던 점이라면 생뚱맞게 하렘물 엔딩이 났다는 거다. 여태까지 여자 하나만 한결같이 바라보고 살던 놈이 갑자기 낼름 두 명의 여자를 더 첩으로 들인다. 그것도 본처가 두 여자가 불쌍해서 애원해와서 말이지. 물론 이게 무협의 로망이긴 하다. 무협은 기본적으로 좀 아저씨 마인드로 흘러가는 면이 있으니. 남자로서 수많은 미인들의 사랑을 받아 그들이 매달려오며 그들을 거느리고 살게 되었으니, 그것도 자기는 일편단심을 지키려 하였으나 그녀가 애원해오니 '하는 수 없이' 두 미녀를 확장팩으로 들이게 되었으니 좋아해야겠지? 근데 안 좋다. 설봉 작품에서 이런 전개가 나왔다면 좋아했을 거다. 그게 설봉의 스타일이니까. 하지만 '적포용왕'이라는 작품에서 이런 내용은 생뚱맞고 불쾌해보인다. 여태까지 쌓아올렸던 것을 깎아내린 흠이었다. 차라리 두 사람에게 좋은 짝을 찾아줄 것이지. 작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무협을 쓰고 있으면 이런 로망 정도는 충족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압박을 준 사람이라도 있었나?

원래부터 적포용왕이라고 쓰고 적포깽판이라고 읽는 작품이었다. 별로 개성 없는 주인공은 알콩달콩 소꿉친구 시절부터 부부놀이나 하게 놔두고, 우리의 사부님께서 깽판치는데만 눈이 가니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역시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싶다. 적포천존 같은 사부를 등장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활약까지 시키면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죽지 않으려면 만만찮게 개성적인 성격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은 그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났다. 수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나는 보는 내내 적포천존이 좋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련다. 그 나이에 새장가를 간 적포천존의 2세대는 또 얼마나 무섭게 자라날지, 후속작을 써줘도 환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운영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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