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르겔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그의 귓전을 두드렸지만, 이제는 성가시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뷔르겔은 더이상 그를 붙잡고 있지 않았으며, 다만 이따금씩 그가 뷔르겔 쪽을 더듬어볼 뿐이었다. 그는 아직 깊이 잠들•지는 않았지만 잠에 빠져든 상태였고, 지금은 그 누구도 그에게서잠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마치 대단한 승리라도 거둔 것 같았고, 이를 축하하려고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그 자신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 승리를 기념하여 샴페인 잔을 치켜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에 관한 것인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싸움과 승리가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아니 어쩌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처음으로 일어났고, 축하연이 미리 열린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결말이 확실했기에 계속 그의 승리를축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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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해볼 생각이오." 뷔르겔이 말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썩히는 일은 절대없어요.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속상한 일이겠군요. 상황이 그렇다니 괴롭겠네요?" "괴롭지요." K는 천천히 말하면서 혼자 빙그레 웃었다. 지금은 그 문제로 괴로울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뷔르겔의 제안은 그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것은 아주 어설픈 제안이었다. 그는 K를 초빙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그의 초빙을 계기로 마을 공동체나 성이 당면한 어려움, K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이미 일어났거나 또는 일어날 조짐을 보였던 여러 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비서라면 으레 알고 있으리라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면서 뷔르겔은 작은 메모지를 활용해 즉흥적으로 그 일을 해결해주겠다고나섰다. "당신은 벌써 여러차례 실망해본 모양이군요." 뷔르겔은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K가 이 방에 들어설 때부터 뷔르겔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틈틈이 자신에게 다짐한 것에도 부합하는 바였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K로서는 자신이 피곤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요." 뷔르겔은 마치 K의 어떤 생각에 대답하면서 그를 배려해 이야기하는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 말했다. "실망했다고 풀이 죽어 단념해서는 안돼요. 이곳에서는 여러일들이 사람을 기죽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 장애물들이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겠죠. 사정이 정말 어떠한지 조사해볼 생각은 없어요.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현실에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일 수 있

으니까요. 나의 위치에서는 그 점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적당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 점은 잘 알아두세요. 가끔은전체 상황과는 무관한 그런 기회도 생겨난다는 것을요. 그러한 기회가 오면, 한마디의 말, 한순간의 눈길 한번의 신뢰 표시만으로도•기력을 소진하면서 평생의 노력을 기울인 것보다 더 많은 걸 성취할 수도 있지요. 정말 그래요. 물론 이런 기회들은 결코 활용되지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전체 상황에 부합하지만요. 그런 기회들이왜 활용되지 않는지는 나로서는 늘 놀라울 뿐이죠." K는 그 이유를몰랐다. 그는 뷔르겔이 말한 내용이 자신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지금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에 심한 반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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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오동통하고 등이 약간 굽은 조그만 몸을 껴안는다고 해서 그녀가 가진 것을 빼앗을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해 힘겨운 길을 가도록 용기를 북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결국 프리다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아니, 달랐다. 그것은 프리다의 눈길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 K는 페피를 절대로 건드리지않을 것이었다. 그러려면 지금은 아주 탐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바라보는 자신의 눈을 잠시 가리고 있어야 했다. - P145

등도 모조리 꺼버렸다(이제 누구를 위해 전등을 켜두겠는가?). 그곳에는 다만 위에 있는 목조 회랑 틈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빛이흘러나와 두리번거리는 시선을 잠시 붙들어 매고 있었다. 그 순간K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연결이 모두 끊어진 것 같았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움을 느꼈으며, 평상시에는 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그곳에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는 이러한 자유를 쟁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대거나 쫓아낼 수 없음은 물론, 차마그에게 말도 걸지 못하리라. 그러나 동시에 이 생각 또한 못지않게 강력했는데 이러한 자유, 이러한 기다림, 이러한 난공불락의•상태보다 더 무의미한 것, 더 절망적인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들었다. - P153

저는 노골적인의도까지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K는 그런 것을 제대로 알아줄기분이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클람의 주목을 끌고자 하는 K로서는 클람을 늘 올려다보면서 살아야 하는 모무스 같은 사람의 지위를 특별히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니 감탄한다거나 부러워할 이유는더더욱 없었다. 클람의 지근거리에 있는 것, 그 자체는 K에게 그렇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K 자신이 다른 사람의요구가 아니라 자신의 요구 사항들을 갖고 클람에게 접근하되, 클람에게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클람을 거쳐 성에 들어가기 위해그렇게 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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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오동통하고 등이 약간 굽은 조그만 몸을 껴안는다고 해서 그녀가 가진 것을 빼앗을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해 힘겨운 길을 가도록 용기를 북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결국 프리다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아니, 달랐다. 그것은 프리다의 눈길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 K는 페피를 절대로 건드리지않을 것이었다. 그러려면 지금은 아주 탐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바라보는 자신의 눈을 잠시 가리고 있어야 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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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나바스는 보통 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고 아말리아가 방 안에 있는 걸 보고는 나를 길거리로 데리고 나가 내 어깨에 얼굴을 대고는 몇분 동안이나 울었어요.
동생은 다시 예전처럼 소년이 되어 있었어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그의 눈앞에 펼쳐진듯했고, 그는 이 새로운 모든 것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불안을감당하기 힘든 듯했어요. 그런데 사실 그는 당신에게 전하라는 편지 한통을 위탁받았던 것뿐이고, 다른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첫번째 편지, 그에게 맡겨진 첫번째 일이었어요."

편지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란 정말 불가능해요. 그 편지들은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바꾸며 여러 생각이 한없이 들게 하니까요.
그러한 생각이 계속되다가 멈추게 되는 지점도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통에 그 의견이라는 것도 결국 우연한 것에 불과해요. 게다가당신을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끼어들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죠.
- P327

그의 초빙어려움, K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이미 일어났거나 또는 일어날 조짐을 보였던 여러 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비서라면 으레 알고 있으리라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면서 튀르겔은 작은 메모지를 활용해 즉흥적으로 그 일을 해결해주겠다고나섰다. "당신은 벌써 여러차례 실망해본 모양이군요." 뷔르겔은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k가 이 방에 들어설 때부터 뷔르겔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틈틈이 자신에게 다짐한 것에도 부합하는 바였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K로서는 자신이 피곤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요." 뷔르겔은 마치 K의 어떤 생각에 대답하면서 그를 배려해 이야기하는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했다. "실망했다고 풀이 죽어 단념해서는 안돼요. 이곳에서는일들이 사람을 기죽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 장애물들이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겠죠. 사정이 정말 어떠한지 조사해볼 생각은 없어요 어써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현실에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 P369

이곳에서 간혹 수행하기 매우 쉬운 명령이 내려졌는데, K는 이•러한 수월함이 반갑지 않았다. 그 명령이 프리다와 관련된 것이고, 또 사실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K에게는 마치 비웃음처럼 들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명령은 K의 모든 노력이 전혀소용이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불리한 명령이든 유리한 명령이든 간에 명령들이 내려졌는데, 유리한 명령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불리한 핵심을 갖고 있을 터였다. 하여튼 모든명령이 그의 머리 위를 넘어 지나갔고, 그 자신은 명령에 개입하거나 명령을 묵살하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기에는 너무낮은 지위에 있었다. 에어랑어가 저리 가라고 손짓하면 너는 무엇을 할 것이고, 그가 손짓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K는 오늘 이토록 많은 손실을 초래한 까닭이 전적으로 상황이 불리해서라기보다 자신이 피곤한 탓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 육체의 힘을 자신했고 또 그런 확신 없이는 결코 길을 나서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그가 어째서 며칠 동•안의 힘겨운 밤과 불면의 하룻밤을 참아내지 못한 것일까? 그는 왜•하필 이곳에서, 피곤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곳, 아니, 사람들이 늘 피곤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을 촉진시키노기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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