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나바스는 보통 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고 아말리아가 방 안에 있는 걸 보고는 나를 길거리로 데리고 나가 내 어깨에 얼굴을 대고는 몇분 동안이나 울었어요. 동생은 다시 예전처럼 소년이 되어 있었어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그의 눈앞에 펼쳐진듯했고, 그는 이 새로운 모든 것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불안을감당하기 힘든 듯했어요. 그런데 사실 그는 당신에게 전하라는 편지 한통을 위탁받았던 것뿐이고, 다른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첫번째 편지, 그에게 맡겨진 첫번째 일이었어요."
편지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란 정말 불가능해요. 그 편지들은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바꾸며 여러 생각이 한없이 들게 하니까요. 그러한 생각이 계속되다가 멈추게 되는 지점도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통에 그 의견이라는 것도 결국 우연한 것에 불과해요. 게다가당신을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끼어들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죠. - P327
그의 초빙어려움, K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이미 일어났거나 또는 일어날 조짐을 보였던 여러 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비서라면 으레 알고 있으리라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면서 튀르겔은 작은 메모지를 활용해 즉흥적으로 그 일을 해결해주겠다고나섰다. "당신은 벌써 여러차례 실망해본 모양이군요." 뷔르겔은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k가 이 방에 들어설 때부터 뷔르겔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틈틈이 자신에게 다짐한 것에도 부합하는 바였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K로서는 자신이 피곤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요." 뷔르겔은 마치 K의 어떤 생각에 대답하면서 그를 배려해 이야기하는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했다. "실망했다고 풀이 죽어 단념해서는 안돼요. 이곳에서는일들이 사람을 기죽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 장애물들이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겠죠. 사정이 정말 어떠한지 조사해볼 생각은 없어요 어써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현실에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 P369
이곳에서 간혹 수행하기 매우 쉬운 명령이 내려졌는데, K는 이•러한 수월함이 반갑지 않았다. 그 명령이 프리다와 관련된 것이고, 또 사실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K에게는 마치 비웃음처럼 들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명령은 K의 모든 노력이 전혀소용이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불리한 명령이든 유리한 명령이든 간에 명령들이 내려졌는데, 유리한 명령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불리한 핵심을 갖고 있을 터였다. 하여튼 모든명령이 그의 머리 위를 넘어 지나갔고, 그 자신은 명령에 개입하거나 명령을 묵살하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기에는 너무낮은 지위에 있었다. 에어랑어가 저리 가라고 손짓하면 너는 무엇을 할 것이고, 그가 손짓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K는 오늘 이토록 많은 손실을 초래한 까닭이 전적으로 상황이 불리해서라기보다 자신이 피곤한 탓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 육체의 힘을 자신했고 또 그런 확신 없이는 결코 길을 나서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그가 어째서 며칠 동•안의 힘겨운 밤과 불면의 하룻밤을 참아내지 못한 것일까? 그는 왜•하필 이곳에서, 피곤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곳, 아니, 사람들이 늘 피곤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을 촉진시키노기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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