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오동통하고 등이 약간 굽은 조그만 몸을 껴안는다고 해서 그녀가 가진 것을 빼앗을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해 힘겨운 길을 가도록 용기를 북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결국 프리다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아니, 달랐다. 그것은 프리다의 눈길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 K는 페피를 절대로 건드리지않을 것이었다. 그러려면 지금은 아주 탐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바라보는 자신의 눈을 잠시 가리고 있어야 했다. - P145

등도 모조리 꺼버렸다(이제 누구를 위해 전등을 켜두겠는가?). 그곳에는 다만 위에 있는 목조 회랑 틈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빛이흘러나와 두리번거리는 시선을 잠시 붙들어 매고 있었다. 그 순간K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연결이 모두 끊어진 것 같았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움을 느꼈으며, 평상시에는 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그곳에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는 이러한 자유를 쟁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대거나 쫓아낼 수 없음은 물론, 차마그에게 말도 걸지 못하리라. 그러나 동시에 이 생각 또한 못지않게 강력했는데 이러한 자유, 이러한 기다림, 이러한 난공불락의•상태보다 더 무의미한 것, 더 절망적인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들었다. - P153

저는 노골적인의도까지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K는 그런 것을 제대로 알아줄기분이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클람의 주목을 끌고자 하는 K로서는 클람을 늘 올려다보면서 살아야 하는 모무스 같은 사람의 지위를 특별히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니 감탄한다거나 부러워할 이유는더더욱 없었다. 클람의 지근거리에 있는 것, 그 자체는 K에게 그렇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K 자신이 다른 사람의요구가 아니라 자신의 요구 사항들을 갖고 클람에게 접근하되, 클람에게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클람을 거쳐 성에 들어가기 위해그렇게 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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