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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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장에서 그가 가진 것이라곤 오직 제 그림자뿐이야.
그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거지 스스
‘우연은 죽었다. 우연이란 것은 없다. 의지여, 이제부터 너는 영구히 자기변호를 잃어버렸나니.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의지의 몸이 스러져 녹아내리기 시작해. 살이 썩어 떨어지고 순식간에 뼈가 드러나 투명한 장액이 흘러나오고, 뼈까지 무르게 녹아내리지. 의지는 두 발로 대지를 꽉 딛고 있지만 그런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어.
백광으로 가득한 하늘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찢어지고 필연의 신이 갈라진 틈에서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 바로 이때있었다of.......
그런 식으로 내겐 아무리 해도 필연의 신이 가진 얼굴이 보기도 두려운 꺼림칙한 것으로밖에 떠오르지 않아. 그건 분명내 의지적 성격의 약점이겠지. 하지만 우연이 하나도 없다면의지도 무의미해지고, 역사는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인과율의 커다란 쇠사슬에 슨 녹에 지나지 않겠지. 역사에 관여하는건 단 하나, 빛나는 영원불변의 아름다운 입자 같은 무의미의작용일 테고, 인간 존재의 의미는 거기서만 찾을 수 있을 거야.
네가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없지. 네가 그런 철학을 믿고 있을 리가 없어 넌 아마도 자기 미모와 변덕스러운 감정과 개성, 성격이라기보다 오히려 무성격이랄 것을 막연하게 믿을뿐이니까. 그렇지?"가 필요했어요기요아키는 대답을 주저했지만 모욕당하고 있다고는 조금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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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코딜리어만을 홀로 그려 낸 유일한 작품이다.
「반쪽 얼굴」이 제목이다. 그림 속의 코딜리어가 얼굴 전체를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다소 기이한 제목이다. 그러나그녀 뒤쪽 벽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장(章)처럼, 아니면 북쪽 지역의 바에 걸려 있는 무스나 곰의 머리처럼, 다른 얼굴이하얀 천에 덮인 채 걸려 있다. 그것은 연극 가면 같은 효과를자아낸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 그림은 그리기 무척 힘들었다. 코딜리어를 한 시점, 어느나이에 고정시키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열세살 정도의 그녀를 그리고 싶었다. 반항적인, 전투적으로까지보이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녀를. "그래서?"
그러나 그 눈이 나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 작품 속의 눈은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 눈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 없고 우유부단하며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담고 있다. 겁에 질린얼굴 사이에서이 그림 속에서 코딜리어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코딜리어가 두렵다.
코딜리어를 만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코딜리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리고나는 그게 언제였는지 잊어버렸다. - P63

나도 일어선다. "어리석다고?" 내가 말한다. 나는 목소리를낮춘다. "나는 그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야. 너는 내친구잖아. 이제 너도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 나는 실제로는 죽었어.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장난 그만해." 코딜리어가 날카롭게 말한다. 그녀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말한다. "무슨 장난? 장난이 아니야.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피는 빨아 먹지 않을게. 너는 내 친구니까."
"망나니짓하지 마" 코딜리어가 말한다.
내가 말한다. "잠시 후면 우리는 이곳에 갇혀 버릴 거야."
돌연 우리는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우리는웃으며, 숨을 몰아쉬며, 도로를 따라 뛰어간다. 그리고 다행히아직도 열려 있는 커다란 입구를 발견한다. 그 밖으로는 퇴근시간의 교통 체증으로 차들이 늘어서 있는 영스트리트가 펼쳐져 있다.
코딜리어는 뚱뚱보 가족의 차를 찾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이놀이에 싫증이 났다. 나는 괄목할 만한 보다 농밀하고 보다 사악한 작은 승리를 손에 넣었다. 에너지가 우리 둘 사이에 오갔고, 이제는 내가 강자가 되었다. - P74

그들을 심각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들의 몸이다. 수화기를 귀와 어깨 사이에 끼고 복도에 앉아서 나는 그들의 몸을 듣는다. 나는 말보다는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이 침묵 속에서 이 몸들은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나에 의해 창조되며, 형태를 갖추게 된다. 남자아이들이 없어 심심할 때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의 몸이다. 나는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담배를들어 올리는 그들의 손을, 어깨의 경사를, 엉덩이 각도를 관찰한다. 곁눈으로 살펴보며 그들을 여러 관점에서 점검한다.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시각적인 것이다. 내가 소유하고 싶은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움직이지 마. 그대로 있어. 내가 가질 수 있도록‘ 나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은눈을 통해 유지된다. 내가 그들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한편으로는 신체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적으로 흥미를잃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두 섹스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분명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차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차가 없는 아이들과 나는 버스나 전차, 새로 개통된 깨끗하고 안전하며 옅은 색 타일이 붙은 긴 목욕탕처럼 보이는 토론토 전철을 탄다. 이런 아이들은 집까지 나를데려다준다. 우리는 먼 길로 돌아간다. 계절에 따라 공기는라일락 냄새나 새로 깎은 잔디나 타는 낙엽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새로 지은 시멘트 인도교 위를 걷는다. 위로는 버드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아래쪽에서는 시내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 - P86

려온다. 우리는 다리 위 가로등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서 난간에 몸을 기댄다. 그들의 팔은 내 몸을 감싸고 내 팔은 그들의 몸을 감싼다. 우리는 서로의 옷을 들추고 서로의등뼈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나는 상대방의 등뼈가 부서질 듯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몸 전체의 길이를 느끼고 얼굴을 만지고는 경탄한다. 남자아이들의 얼굴은 너무나많이 변한다. 그들은 부드러워지고, 활짝 열리며, 아파한다. 그들의 몸은 순수한 에너지, 결정화된 빛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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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필요하다. 나는 커피를 만들어 따뜻한 컵을 손으로감사 작업대로 들고 와서, 철사와 날카로운 도구 사이에 팔꿈치를 기댈 공간을 만든다. 내일이면 한순간도 지체 않고 이 도시를 빠져나갈 것이다. 이곳에는 오래된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 코딜리어, 너에 대한 복수다.
결코 정당한 심판을 위해 기도하지 말라. 결국 너 자신이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떨리는 컵을 들고 뜨거운 커피를 턱에 흘리면서 마신다. 지금 음식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여자가 술에취하는 것은 멋있는 일이 아니다. 술에 취한 남자는 여자보다쉽게 변호되고 쉽게 용서받는다. 왜 그런가? 남자들이 술 마시는 이유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코트 소매로 눈물에 젖은 얼굴을 닦는다. 이런 것이내가 주의해야 할 일이다. 아무 이유 없이 울기, 꼴사나운 짓하기. 나는 이것이 꼴사나운 짓이라고 느낀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데도.
넌 죽었어, 코딜리어.
아니야. 난 죽지 않았어.
넌 죽었어. 죽었단 말이야.
쓰러져. - P283

그들은 놀랄 정도로 근심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이 여행을위해 돈을 모았고, 한 사람은 류머티즘이 있고 다른 사람은다리가 퉁퉁 부었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열세 살짜리처럼 거칠고 순수하고 더러우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책임감, 의무,
오래된 미움과 불만 같은 것은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이제 잠시 동안 그들은 다시 아이들처럼 놀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통 없이 놀 수 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이것이란다. 코딜리것이 아니라 앞으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차를 마시며 킥킥거린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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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읽힐수가 1부는 수월한데 2부는 로베르트 무질 특성없는 남자 못지않게 페이지가 안 넘어간다. 다른 책 읽고 싶은데 그렇다고 중간에 멈출수도 없고 올해안에는 완독하기를

음을 늦추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들은(압력 아래) 붕괴된 것도 썩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자기 나름대로 영원히 완벽했다. 어떤 의도의 기미도 없이, 그에 딸린 유일한 질서는 혼돈에만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완벽했다. 그래서 지성의 무거운 대포를 이에 겨누고, 지나새나 쏘아대고, 그냥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이후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에 대고 행동을취하기를 바라고, 이를 눈알이 빠지도록 노려보고 또 노려보고, 이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지치기도 하거니와(그는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의미도 없고 불필요한 일이었다. ‘생각은다 폐기해야지.‘ 그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자진해서 모든 독립적이며 명료한 생각은 마치 해로운 어리석읍인 양 폐기할 거야. 더 이상 이성에 진력하는 일도 거부할 거야. 이 순간부터, 말할 수 없이 기쁜 포기의 환희에만틀어박힐 거야. 딱 거기만 의지해야지!‘ 에스테르는 혼자 되되었다. ‘더 이상 잘난 척은 않고, 마침내 조용히, 입 벙긋하는 법 없이 조용해져야지.‘ 그리고 그는 문손잡이를 돌리고들어서서 문을 잠갔다. 엄청난 무게의 짐을 벗어나는 것같이, 문지방을 넘기도 전에 벌써 깊은 안도의 기분이 몰려들었다. 마치 옛날 자신이 떠나고, 바깥 거리가 암시하던 모든것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고, 그의 힘과 옛날의 모든 자신감을 다시 되찾는 느낌이었다. 점차, 점차 판자를 대던 기이한 역사 속에서 이를 잃어버렸다가, 그러다 금방 거실의 창문 옆에서 찾았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바깥 경관의 끔찍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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