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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이 붙었어요
타마라 와이트 글, 임경인 옮김, 로스 콜린스 그림 / 픽셀하우스(Pixelhouse)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어느 날 아니, 어느 시기가 되면 “싫어” “안돼”를 입에 달고 살면서 뭐든 반대로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행동할 때가 있다. 이성적인 말로 설득해 봐도 엉덩이 몇 대 때려줘도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게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 책 한권이면 아이 스스로 혹은, 곁에서 아이의 심술 폭탄에 당하는 엄마도 그 이유를 알게 될 것 같다고 하면 너무 약장수 냄새가 날까? 아이의 이유 있는 투정은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도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만 이유 없는 투정에 대해서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니 아이도 엄마도 심술삼총사에게 떠넘겨 버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왠지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심술이, 심술보, 심술꾸러기 심술삼총사가 나를 찾아온 날이다. 식탁에서 우유를 엎지른 것도, 학교에 신고 갈 신발을 찾기 힘든 것도, 지난밤 숙제해놓은 공책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스쿨버스를 타려다 넘어진 것도 모두 심술삼총사의 짓이다. 학교에서 새 옷에 물감을 뿌리고 크레파스를 부러뜨리고 모자를 숨기거나 책을 진흙탕에 빠뜨린 것도 모두 심술삼총사의 짓이다. 하루 종일 심술삼총사를 떼버리려고 화난 표정도 지어보이고, 주먹을 휘둘러 보이기도 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하고 모른 척 무시해 보기도 했지만 모든 노력은 다 허사가 되어 버렸다. 도무지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은 심술삼총사를 어찌해야 좋을지 방법을 찾지도 못한 채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 심술을 떼 내지 못했다고 엄마에게 말하는데 엄마의 상황은 심술삼총사에게 하루 종일 시달린 자신의 모습 못지않게 피곤해 보인다. 동생을 돌보며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엄마를 오히려 위로하며 괜찮다고 웃어주는데 그 웃음이 하루 종일 갖은 시도에도 꿈쩍도 안하던 심술삼총사를 불안하게 만든다. 결국 심술이들은 더 이상 재미가 없다며 인사를 하고 떠나버리게 된다. 이 심술이들이 더 재미있는 곳을 찾아 언제고 우리집 현관 문을 두드릴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이미 여러 번 놀러왔다 갔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의 경우도 괜히 짜증을 부리게 되는 날이 있다. 덥고 습한 날씨 탓도 하고 꽉 막힌 도로 탓도 하고 밤새 시끄러웠던 옆집 탓도 해보지만 어른들의 짜증은 이유가 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외면하고 싶어지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내 짜증을 살짝 심술삼총사에게로 토스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