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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ㅣ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평점 :
백석의 시에서는 향토적인 구수한 사투리와 서정적인 우리말들을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친근하게 만나게 된다. 백석 시인이 1957년 북한에서 발표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수록된 ‘개구리네 한솥밥’을 그림책으로 펴냈다. 이야기가 있으면서 리듬감은 시의 운율을 그대로 가져온 ‘동화시’라는 특이한 장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시라지만 역시 각주를 통해서 그 뜻을 알게 되는 생소한 우리말이 군데군데 매복해 있다. 덥적덥적, 디퍽디퍽, 뿌구국, 허덕허덕, 비르륵, 풀룩풀룩 등의 의성어 의태어들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시의 형식을 띠는 글은 리듬감 있게 아주 잘 읽힌다. 내용 또한 아주 훈훈하다. 그런데 논-벼-쌀의 과정을 설명해야 알아듣는 아이에게 봇도랑, 논두렁을 설명하자니 답답하고 부족하기만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세대 간의 차이다.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도 입가엔 넉넉한 미소를 가진 착한 개구리가 쌀 한 말을 얻으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선다. 길 가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 주고, 길 잃은 방아깨비 길 가리켜 주고, 구명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 주고 날이 저물어 형네 집에 도착한다. 형네 집에서 쌀 대신 벼 한 말을 얻어서 지고 돌아오는 길에 도움을 줬던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와서 벼를 찧어 모두 둘러앉아 밥을 지어 먹는다는 따스한 이야기다. 비록 가진 것은 넉넉하지 않지만 어려움에 처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개구리와 은혜를 갚으려고 허덕허덕 뛰고 날아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진다. 교과서에 이 이야기가 수록됐다고 하니 내 일처럼 반갑다. 다섯 살 꼬맹이도 착한 개구리가 친구들을 도와줬으니까 도움 받은 친구들이 개구리를 도와줘서 함께 밥을 먹는 거라고 알아채니 나중에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무척이나 반가워할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방아깨비가 이 다리 저 다리 찌꿍찌꿍 벼를 찧는 장면과 소시랑게가 풀룩풀룩 거품 지어 밥을 짓는 장면에서는 아이의 웃음 터진다. 멍석을 깔고 모두 둘러앉아 한 솥 그득하게 잘 지어진 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아이와 나도 숟가락 하나씩 얹어 듬뿍 떠서 서로의 입에 넣는다. 서로서로 돕는 마음들이 모여 근사하게 지은 밥은 세상 어느 밥보다 더 꿀맛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