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
로저 뒤바젱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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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이사를 해서 3월부터 유치원 생활을 시작한 친구들 사이에서 5월에 불쑥 이방인처럼 유치원을 다니게 된 내 아이. 게다가 집을 떠난 공간에서의 시간 보내기는 어릴 때 다녔던 문화센터가 전부인 아이에게 엄마와 떨어져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유치원이라는 공간이 낯설고 무섭고 두려운 곳이다. 한 달 넘게 매일매일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유치원 생활이 이제 슬슬 제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건 바로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친구들의 이름을 통해서였다. 실수를 해도 놀려대지 않고, 서툰 놀이에 동참해주고, 미로 같이 느껴지는 곳을 안내해 주는 그런 친구들의 이름이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단짝친구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에 활기가 넘쳐났다. 바로 이런 시기에 <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 바로 이 책이 온 것이다.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은 시대를 훌쩍 넘어서 내 아이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그 시작은 ‘암거위 피튜니아’에서 시작됐다. 펌킨씨 농장의 거위 피튜니아 이야기를 다룬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주인공 피튜니아 뿐만 아니라 펌킨씨 농장의 식구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이야기는 <피튜니아, 여행을 떠나다>, <베로니카 넌 특별해>를 거쳐서 <베로니타 넌 혼자가 아니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다양한 느낌의 펜화에 제한된 색을 사용한 그림을 흑백과 칼라로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림책에 새겨 넣은 로저 뒤바젱의 인장과도 같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50년도 훌쩍 넘은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들이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동물들의 특징과 심리 상태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그림이 큰 몫을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그림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교묘하게 숨겨둔 솜씨 또한 일품이다. 이 책 <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나와 다름을, 그런 낯설음을 불편해하고 우선 배척하려고 하는 마음을 상대로 해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하마 베로니카가 시골의 한적한 농장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마 베로니카는 농장의 평범한 동물들에게 낯설음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주목 받음과 동시에 배척을 받게 된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주는 안정과 평화를 농장과 어울리지 않는 동물 하마가 깨뜨리기라도 할 것 같은 두려움이 하마 베로니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게 만든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하마 베로니카가 동물 친구들에게 다가갈수록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베로니카의 험담을 하고 외면을 한다. 그런 친구들의 태도에 베로니카는 상심을 하게 되고 마음의 병을 얻어 두문불출하게 된다. 집 밖으로 나오질 않는 베로니카를 바라보는 동물 친구들의 마음도 슬슬 불편해지면서 베로니카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각자 자신들의 방법을 찾아 베로니카를 찾아가 사과하고 위로하면서 베로니카의 마음을 움직인 농장의 친구들 덕분에 베로니카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집밖으로 나와 처음 농장에 도착해서 기대에 부풀었던 그날처럼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전작을 하려고 드는 습성이 그림책을 고르는 데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게다가 연작의 느낌이 강한 이런 작품들은 하나라도 빼놓으면 섭섭한 기분이 든다. 피튜니아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난 로저 뒤바젱의 매력적인 동물 캐릭터들을 이 책 속에서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편안했다. 아는 만큼 작가와의 교감을 각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시리즈의 장점이 아닐까. 거위 피튜니아, 말 스트로, 암소 클로버, 개 노이지, 고양이 코튼...친근한 펌킨 씨 농장의 식구들을 다시 만나 그림책을 보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하마 베로니카, 새 친구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내 아이. 다른 듯 닮아있는 두 녀석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유치원 방학이 끝나면 아이의 반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씩 할 생각이다. 베로니카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아이가 유치원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새삼 여섯 살 꼬마 녀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하물며 유치원 아이들도 친구에 대한 배려와 다가서는 방법을 아는데 타인에 대한 경계와 다름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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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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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겸손한 타이틀로 시작한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주목받는 신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며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떠오르는 제목들을 나열해보면 <똥떡>, <아카시아 파마>, <눈 다래끼 팔아요>, <고무신 기차>, <밤똥 참기>... 이 시리즈를 추천하는 연령대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책장에 이 시리즈 한두 권쯤은 꽂혀 있을게다. 2010년 바로 오늘,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라면 이 시리즈가 소개하는 자투리 놀이 문화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쳐놓았으리라 짐작된다. 어제 일처럼 새록새록 떠오르는 옛 추억일 수도 있고 낯설지는 않지만 경험이 없기는 아이와 마찬가지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아이들의 부모 세대보다는 한 세대 정도 앞선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리즈의 근간인 <돼지 오줌보 축구> 또한 내게는 절반 정도만 걸쳐있는 추억거리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다양한 부위별로 다양한 형태로 금액만 지불하면 골라 먹을 수 있는 먹거리지만 어릴 적만 해도 잔치에나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고 기억된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돼지 한 마리씩 잡던 시골할아버지 댁 마당 풍경이 떠오른다. 몸이 약했던 엄마에게 돼지쓸개를 먹이시려는 할아버지를 피해 다녔던 엄마의 얼굴도 떠오르고, 아직도 순대를 멀찍이 피해 다니게 된 결정적 이미지로 박혀있는 돼지창자에 이것저것 쑤셔 넣으며 순대를 만들던 시뻘건 손들에 대한 기억도 꽤 선명하다. 그 와중에 돼지는 버리는 게 하나도 없는 동물이라는 말과 함께 오줌보로 축구를 즐겼었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주인공 명수는 방앗간집 할아버지 환갑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바로 돼지 오줌보를 얻어 축구할 생각에 신이 난 것이다. 친구들과 편을 나눠 텃논에서 축구를 하지만 명수네는 한골도 넣지 못하고 공을 빼앗으려 뒤엉키는 바람에 돼지 오줌보 축구공마저 터져버리고 만다. 울음보가 터진 명수를 친구들은 잔치 음식과 짚 공으로 달래주면서 푸짐한 잔칫집 풍경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추수가 끝난 논에서 벌어진 축구 경기의 리얼한 중계는 차범근 해설자도 울고 갈 정도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과 응원하는 아이들의 표정 또한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을 추천한다면 아마도 이 부분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장난감이 넘쳐나서 확 달아올랐다 금방 식어버려 오래도록 마음을 주지 못하고 내팽개치기 일쑤인 요즘 아이들이 돼지 오줌보로 만든 축구공의 귀함을 알 턱이 없다. 그래서인지 옛 추억의 감상에 젖곤 하는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이 책에 그저 어리둥절한 반응을 많이 보인다. 주된 독자층인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어필하는 책이라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문화에 대한 책, 특히 사라져가는 놀이문화를 다루고 있는 이런 책들은 기획의도도 훌륭하고 사명감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아주 소중한 작업이다. 늘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귀퉁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꺼내보고 싶게 만드는 책 읽는 재미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명 같지만 이 고민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질질 끌고 온 이유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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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가토 구니오 그림, 히라타 겐야 글, 김인호 옮김 / 바다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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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둘러싼 띠지를 꽉 채운 현란한 수상경력이 오히려 이 책이 주는 감동의 사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잔잔하게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다. 바닷물이 점점 차올라 마을 주민 대부분이 떠나버린 마을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햇빛 빛깔의 따스한 노란빛과 바다 빛깔의 푸른 초록빛이 주조를 이룬 그림과 어우러져 잔잔하게 흐른다.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며 아련한 기억들을 톡톡 건드리며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는 이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고 버텨낼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는 마을, 물이 차올라 살던 집이 잠기면 그 위에 새집을 지어 집들이 마치 상자를 쌓아올린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마을 대부분의 주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곳으로 떠났으리라. 얼마 남지 않은 이웃과 체스를 두기도 하고 멀리 사는 자식들이 보낸 편지에 위로를 받으며 밤이면 파도 소리에 잠을 청하는 할아버지의 집은 3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 자식들과 손자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기억의 저장고’ 같은 곳이다. 또다시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해 새집을 짓는 과정에서 떨어뜨린 연장을 찾으러 아래로 잠수해서 내려가게 된 할아버지는 집마다 서려있는 가족들과의 추억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할머니와 결혼해서 처음 지은 작은 집 위로 첫 아이가 태어났던 집, 아이들이 키우던 새끼 고양이를 잃어버려 아이들이 슬퍼했던 집, 할머니가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맏딸을 시집보냈던 집, 마을 축제가 있었던 집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치 그 바닷속 집은 가족들과의 행복한 기억들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닮아있다.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이 집을 짓게 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자라 결혼한 아이들과 손자들의 기억 속에 이 바닷속 집에 대한 이야기가 희미하게나마 전해질 것이다. 그러다 결국 저승으로 들어설 때 건너게 된다는 망각의 강 레테처럼 바다는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을 영원한 망각 속으로 삼켜버릴 것이다. 나의 존재가 유한한 것처럼 나를 둘러싼 보잘것없는 추억들도 나와 함께 영원히 묻혀버리겠구나,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다.

감동적인 책을 읽고 나면 마지막 장을 읽고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고 책등을, 책표지를 쓰다듬게 된다. 마음을 흔들어놓는 책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 책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은 내게도 추억여행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어준다.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집은 아니지만 내 기억 속의 집들도 추억이라는 연결고리로 서로 가까이 이웃하고 있다. 동네 어귀에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밤나무가 서있던 집, 호박넝쿨과 나팔꽃이 사이좋게 엉켜서 담벼락을 타고 다니던 집, 작은 다락방이 있던 집, 사랑하는 아빠를 떠나보내며 어렴풋하게 어린 시절이 끝났음을 알게 된 집까지... 그 집들은 추억의 옷을 덧입어서 조금은 과장된 모습들이다. 뒷마당의 밤나무는 기이하게 훌쩍 키가 커 있고,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이 주류인 작은 꽃밭은 어느 유명한 정원들보다 예쁜 모습이다.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냄새에 시달렸을 법한 집마저도 동물의 분뇨냄새는 쏙 빠지고 아카시아 향기로만 기억되니 말이다.

내게는 이렇게 가끔씩 꺼내놓고 위로받을 추억의 집이 있는데 내 아이에게 과연 훗날 추억을 담고 있는 집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소에 대한 기억, 사람에 대한 미련마저 매정하게 끊어내고 2년에 한 번씩 보따리를 챙겨 이동하는 신유목민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마당 한쪽에 아이와 같은 키의 나무를 심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소일할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은 아니더라도 어느 하늘아래 어느 집을 떠올려도 엄마의 사랑을 듬뿍 캐낼 수 있도록 마음껏 사랑해 주는 걸로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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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함께! 온세상 그림책 10
돈 프리먼 지음, 김경연 옮김 / 미세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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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모든 도시는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감성으로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한다. 나의 정서와 색깔을 가장 잘 품어주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 봄내(春川), 고향을 떠나 온 20여년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떠돌아 다녔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림책에 대한 감상을 적으며 뜬금없는 고향이야기냐고? 돈 프리먼이 그린 휴머니티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읽다보니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가 떠올랐다. 아직까지 내게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재능이 있다면 이렇게 멋지게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위한 글을 하나 쓰련만...

이 책은 돈 프리먼이 샌프란시스코에 바치는 찬사이다. 금문교, 케이블 전차, 유니언 스퀘어 공원, 롬바드 길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아내다니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는 이 그림책 한권으로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림으로 멋지게 그려낸 것이라면 관광안내책자의 눈부신 사진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이 그림책은 이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책 속에 담긴 이야기도 모두 따스한 그림책이다. 도시에 깔린 공기도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온통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도시 어느 호텔 꼭대기에 설치된 간판 ‘B’ 글자 아래쪽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는 수비둘기 시드와 다른 비둘기들이 시드의 유별난 보금자리를 비웃을 때 유일하게 놀리지 않았던 암비둘기 밋지의 이야기이다. 둘의 일과는 아침 해가 떠오르면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하이 리 씨가 주는 빵부스러기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저녁이 될 때까지 이 도시의 하늘을 누비고 다닌다. 둘은 결국 함께 살기로 하고 글자 ‘B’에 둥지를 튼다. 어느날 아침 두 개의 알을 품고 있던 밋지는 둥지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빌딩 해체 작업 중이라 사람들이 간판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밋지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사람들에게서 알을 보호하려 하고 밋지의 알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 간판이 새로 자리 잡게 될 곳으로 운반하게 된다. 물론 밋지는 ‘B’에 온힘을 다해 붙어있다. 한편 아침을 먹기 위해 둥지를 비운 시드가 돌아와 보니 둥지는 없어지고 간판은 뼈대만 남아있다. 그때부터 시드는 밋지와 알들을 찾아 온 도시를 헤매 다니게 된다. 안개와 비를 뚫고 다니며 밋지의 흔적을 찾지만 지치기만 할뿐이었다. 그때 친절한 하이 리 씨의 도움으로 밋지와 아기 새들을 만나게 된다.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새들에게 빵 부스러기를 나눠주고 있을 하이 리 씨, 간판의 새 둥지를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온 힘을 다해 아기 새들을 지킨 밋지와 가족을 찾아 나선 힘든 여정을 견뎌낸 시드. 이 모두를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에 바치는 찬사이기도 하지만 온 몸으로 알을 보호하는 밋지와 온 몸이 멍이 들 정도로 힘든 역경을 뚫고 가족을 찾은 시드를 통해서 자식을 보호하려고 가정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바치는 찬사이기도 하다. 색연필로 그려진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시드와 밋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보태져서 따스함으로 남았다. 아...따스하고 행복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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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여 안녕! - 개구쟁이 꼬마 원숭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그림, 마르그레트 레이 글,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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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웅게러나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들처럼 그림책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들은 일러스트의 촌스러움을 제외하면 늘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힘을 과시한다. 또 하나의 그림책 고전을 만난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와 노란 모자 아저씨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개구쟁이 꼬마 원숭이 시리즈는 <아프리카여 안녕>, <신나는 페인트 칠>,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병원 소동> 네 권이 한글번역본으로 나와 있다. 미리 얘기했던 살짝 촌스럽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권하지 않았었는데 서점에서 딱 들켜버린 거다. 아이가 처음 만난 책은 <병원 소동>이었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읽어달라고 하더니 그림책으로는 좀 긴 분량의 그 책을 사달라는 거다. 결국 집에 와서 주문해줄 수밖에 없었다.

1940년대에 태어난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는 그 생명력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매사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빼닮은 조지의 종횡무진 모험담이 펼쳐진다. 아프리카 정글에 살던 조지는 정글에 나타난 노란 모자 아저씨의 커다란 모자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결국 문명세계로 오게 된다. 물론 인간들의 세상으로 오는 길에서도 조지의 호기심은 식을 줄을 모르고 조지의 장난과 호기심은 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동물원에 가기 전 잠깐 머물렀던 노란 모자 아저씨네 집에서는 소방서로 장난전화를 걸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혀서도 간수아저씨를 놀리고 감옥을 탈출하고 알록달록 풍선을 보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풍선에 손을 댔다가 하늘을 날게 되기도 한다.

 

조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두려움과 겁도 없다. 호기심이 시동을 걸면 바로 튀어나가 행동으로 옮기고 그저 즐길 뿐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파장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 바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아이들은 조지의 모험에 자신을 얹어서 함께 즐기는 모양이다.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둘러싸인 아이들이 조지의 모험에 동참해서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조지의 짓궂은 장난쯤은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다.

조지의 첫 번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펼쳐질 이야기들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개구쟁이 조지 시리즈를 늘어놓고 한 권씩 한 권씩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의 잔소리에 막혀서 꿈도 꿔보지 못할 일들을 거침없이 해내는 조지를 통해서 잠시나마 자유를 느끼겠구나 생각이 든다. 몇 가지 규제쯤은 그냥 풀어줘 버릴까 하는 마음도 살짝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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