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함께! 온세상 그림책 10
돈 프리먼 지음, 김경연 옮김 / 미세기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세상의 모든 도시는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감성으로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한다. 나의 정서와 색깔을 가장 잘 품어주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 봄내(春川), 고향을 떠나 온 20여년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떠돌아 다녔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림책에 대한 감상을 적으며 뜬금없는 고향이야기냐고? 돈 프리먼이 그린 휴머니티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읽다보니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가 떠올랐다. 아직까지 내게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재능이 있다면 이렇게 멋지게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위한 글을 하나 쓰련만...

이 책은 돈 프리먼이 샌프란시스코에 바치는 찬사이다. 금문교, 케이블 전차, 유니언 스퀘어 공원, 롬바드 길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아내다니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는 이 그림책 한권으로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림으로 멋지게 그려낸 것이라면 관광안내책자의 눈부신 사진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이 그림책은 이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책 속에 담긴 이야기도 모두 따스한 그림책이다. 도시에 깔린 공기도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온통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도시 어느 호텔 꼭대기에 설치된 간판 ‘B’ 글자 아래쪽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는 수비둘기 시드와 다른 비둘기들이 시드의 유별난 보금자리를 비웃을 때 유일하게 놀리지 않았던 암비둘기 밋지의 이야기이다. 둘의 일과는 아침 해가 떠오르면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하이 리 씨가 주는 빵부스러기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저녁이 될 때까지 이 도시의 하늘을 누비고 다닌다. 둘은 결국 함께 살기로 하고 글자 ‘B’에 둥지를 튼다. 어느날 아침 두 개의 알을 품고 있던 밋지는 둥지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빌딩 해체 작업 중이라 사람들이 간판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밋지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사람들에게서 알을 보호하려 하고 밋지의 알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 간판이 새로 자리 잡게 될 곳으로 운반하게 된다. 물론 밋지는 ‘B’에 온힘을 다해 붙어있다. 한편 아침을 먹기 위해 둥지를 비운 시드가 돌아와 보니 둥지는 없어지고 간판은 뼈대만 남아있다. 그때부터 시드는 밋지와 알들을 찾아 온 도시를 헤매 다니게 된다. 안개와 비를 뚫고 다니며 밋지의 흔적을 찾지만 지치기만 할뿐이었다. 그때 친절한 하이 리 씨의 도움으로 밋지와 아기 새들을 만나게 된다.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새들에게 빵 부스러기를 나눠주고 있을 하이 리 씨, 간판의 새 둥지를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온 힘을 다해 아기 새들을 지킨 밋지와 가족을 찾아 나선 힘든 여정을 견뎌낸 시드. 이 모두를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에 바치는 찬사이기도 하지만 온 몸으로 알을 보호하는 밋지와 온 몸이 멍이 들 정도로 힘든 역경을 뚫고 가족을 찾은 시드를 통해서 자식을 보호하려고 가정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바치는 찬사이기도 하다. 색연필로 그려진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시드와 밋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보태져서 따스함으로 남았다. 아...따스하고 행복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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