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들이 사는 동네의 뒷골목에 세월이 남기고간 뚜렷한 흔적은 우리들의 모습까지 변하게 만들었다. 좁다랗게 세워져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었던 골목은 어느새 확장공사에 돌입하고, 곳곳에 공장과 신식아파트가 설립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세상이 변하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게 우리는 세월의 변화에 물들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추진과 개발의 세습에 물들어가는 가운데,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며 아득바득 세상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의 부채와 발의 선선함과 추운 겨울날에 옹기종기 붙어 잠을 지새우던 온정을, 우리들은 세상이 변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버린 걸까?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이라는 책을 30여 쪽 읽고 난 뒤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이 책의 표지는 도쿄타워가 한가운데 우뚝 세워져있고 그 주변으로 불그스름한 석양이 둘러싸여있는 모습인데, 도쿄타워라는 건축물과 석양이라는 따스한 느낌의 소재가 서로 엉키는 것이 꼭 현대 속에 존재하는 인정처럼 다가왔다. 책 속의 내용 또한 석양처럼 따스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로 싸우기 일쑤인 인간들에게 화합하는 의지를 주고자 외계인의 지구별 침투 소문을 퍼뜨리는 아이들과 옛 기억을 회상하며 창작의 의지를 이어나가는 소설가, 또 다른 나의 모습에서 용기와 지혜를 발견하고 그런 나를 닮기로 결심한 한 아이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 모두가 나에게는 하나의 힘으로, 하늘 저편에 둥글게 자리한 붉게 물든 석양으로, 그리고 따뜻한 인정이 배어든 이웃들의 이야기로 작용했다. 이웃들의 현관문을 부여잡고 그들의 속사정을 귀띔하는 느낌이랄까?




문학의 이유가 뭔가를 제시하고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해야한다는 관념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자라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처럼 소소하지만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도 엄연한 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란 뭔가를 굳이 표현하고 창조해내야 하는 세상의 중심에 자리한 매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세상을 비추는 따스한 햇살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내게 순수한 문학의 의미를 상기하게 만들었고, 진정한 문학의 의미를 떠나서 ‘우리에게 친숙한’ 문학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삶에게의 실연과 고통이 있고 잊혀져가는 기억의 조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다. 우리들은 지금의 시간을 살고 그것에 맞추어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의 따스한 기억과 그것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희망의 열기가 있다. 예전에 마주하던 따뜻한 온정은 아직까지 당신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다. 그 따스한 마음을, 도쿄타워처럼 빚어진 현대적 창조물의 건너편에 붉게 떠있는 석양과도 같이, 당신의 생활에 붉게 물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지치고 힘들 때 그 석양이 당신의 마음 구석구석을 밝고 따뜻한 빛으로 감싸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