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보내고
권현옥 지음 / 쌤앤파커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부모와 자식은 어떤 관계일까. 항상 자식 걱정이 앞서고 뭐든지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그런 부모의 마음은 몰라본 채 부모의 가슴에 시퍼런 멍을 수차례 새기는 자식. 그들의 엇갈리는 듯 하면서도 절대로 끊이지 않는,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심상한 자연스러움의 인연을 어떻게, 그들의 인연에 비하면 한없이 부끄러운 내 입술로 달싹일 수 있을까?


부끄러웠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책을 통해 군대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는, 수학여행 갈 적마다 새로운 분위기에 취해들어 가족 생각 한번 아니한 나의 불찰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이 책이 내게 이렇게 큰 부끄러움을 안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아들을 보내고>는 따뜻한 그리움과 냉철한 양심의 창을 동시에 겸비한 부드럽게 굽이치는 강물의 깊은 수심과도 같았던 것이다.


<아들을 보내고>는 참 편안한 작품이다. 문학적 어려움이라거나 답답한 암시, 꾸민 듯한 가식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솔직담백한 한 어미의 속풀이다. 특히나 절제하지 않는 면이 마음에 들었는데, 군대간 아들을 향해 연신 ‘보고 싶다’를 마음속에 새겨두는 저자의 모습에 이름 모를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 저자는 지금도 저자가 아닌 한 자식의 어미로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항상 내일의 날씨는 어떨지 노심초사하며, 아들의 군용화가 젖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예보와 군영방송 사이를 우왕좌왕하며.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그것이 군에 아들을 보낸 어미의 기나긴 세월을 견디는 방법이었다. 보고 싶다, 부모의 솔직한 애절의 한마디. 내 걱정은 마라, 자식 걱정 덜어주려는 부모의 속 깊은 담담의 또 한마디. 어쩔 때는 진실하고 싶은, 또 어쩔 때는 넓은 아량이고 싶은 한 부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찌나 마음 아프던지. 책 속의 모자를 내가 다 끈끈하게 이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 역할을 해주기엔 그 둘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공간적 거리가 말이다. 항상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심적 거리는 아마도 제로(0)일 터이니.


얼마 전에 누나는 제주도로 4박 5일 수학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때 엄마는 4박 5일 내내 허전해했다. “뭔가 떨어져 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 내내 이 말만 하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했다. 겨우 닷새 동안인데. 한달도 아니고 보름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닌, 고작 닷새 동안 뿐인데 엄마는 왜 그토록 허전해했을까. 부모의 마음은 그런가보다. 항상 옆에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가보다. 고작 닷새도 힘든데, 2년의 세월은 어떻게 견뎌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이란 어쩌면 허전에 허전을 거듭하는, 그리움의 극한을 견뎌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들을 떠나보낸 그리움에 사무친 지은이는 국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왜 남북이 갈라져서 이런 고통을 내게 안겨주느냐고. 나 또한 이러한 면에서는 국가가 원망스럽다. 통일 통일한 적이 언젯적 얘긴데 여태껏 이 상태로 남아있는 건지 이해가 안감과 동시에 아쉬움이 낱낱이 흩어져 보다 큰 안타까움으로 한데 뒤엉킨다. 대한민국의 아들 둔 어머니들을 위해서라도 남북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것이다. 한반도 허리에 완강한 철벽이 아니라 자유스런 비둘기의 모습이 만연하기를 꿈꿔본다.


나는 이 책의 마무리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한풀이가 아닌 꿋꿋한 의지의 모습을 보이고 끝이 났기 때문이다. ‘보고 싶다’가 아닌 ‘아들의 제대는 이제 570일 남았습니다’로 장식되는 마지막 장에 내 가슴이 어찌나 뭉클해지던지. 마지막 그 말에는 꿋꿋한 의지와 희망찬 미래에 대한 예찬이 담겨있었다. 570일 후 제대할 아들의 모습을 고대하며 저자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육군 장병 어머니들에게 외치고 싶다. 힘내세요! 좀만 더 기다리시면 늠름한 아들이 짠~하고 나타날거에요. 그때까지만 외로움을 이겨내세요. 꼭 해내시리라 믿어요. 왜냐고요? 당신은 자식을 둔 굳센 ‘어머니’이니까요.


그리고 내가 군대에 갈 날이 다가오면 엄마에게 ‘엄마, 나도 보고 싶어.’가 아니라 ‘엄마, 걱정 붙들어 매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의 걱정 어린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늠름한 아들이, 어른스럽고 믿음직스런 아들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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