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메이슨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밀 결사체
폴 제퍼스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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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에 봤을 때,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이 떠올랐다. 비밀스러운 일에는 언제나 거짓말이 뒤따르게 마련이지... 나 같은 경우에도 항상 그래왔다. 뭔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면, 그 비밀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지어내고 그 거짓말로 나만의 비밀을 포장하고 지켰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방에 탄로 나기도 했고, 여지껏 지켜 온 비밀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이 과연 거짓말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지껏 속 시원히 밝혀진 바가 없는 프리메이슨이기에 거짓말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을 텐데도 이 책에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자신들의 정체와 의무, 사명을 꼭꼭 숨겨 놓았을 뿐,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조직이 어느 정도 마음에 든 건 사실이다. 더구나 그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과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까지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다니 놀랄 노자였다.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좀 답답한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서 정확하게 추구하는게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해왔고, 왜 그런 비밀결사체를 조직하고, 왜 비밀로 간직해 두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단지 오래 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거나 추론해 볼 뿐. 그래서 더 잘 읽힌 것 같다. 추리소설도 범인을 알고 나면 시시해 지듯, 이 책도 알고 보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해저가 떠올랐다. 해저 깊숙한 곳에서 해초들이 백방으로 얼기설기 엉켜있는 모습과 해저 속의 자잘한 단상들이 내 머리 속에서 상상력에 근거하여 펼쳐졌다. 이런 상상을 하는데 책 표지도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짙은 초록색 배경과 그 사이사이에 이어져 있는 어두운 검은색의 행렬... 거미줄같이 세세하게 묶여있으면서도 어찌보면 불안불안한 듯이 보이는, 꼭 해저 속의 해초같이 보이는 그것들... 그렇다. 프리메이슨은 마치 깊숙한 해저와도 같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아니 거의 없는 해저 속에서 그들은 살랑살랑거리는 해초들처럼 그렇게,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발전해가고 있다.

이 책에는 작은 따옴표가 어찌나 많이 쓰였는지, 도무지 그 수를 알 길이 없었다. 그만큼 저자가 프리메이슨에 관한 서적을 이것저것 탐독하고, 여러가지 정보를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하고 연구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따옴표 안에 갇혀있는 글자들이 내게 신뢰성 짙게 다가왔다. 작은 따옴표를 열고 닫고, 그 다음에 '~라고 썼다, ~라고 전해진다' 등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장들이, 학교 걸상에 앉아 교과서를 단정히 펴 놓고 그 위에 손을 올리고서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대상, 선생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도 했다.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학술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이 책은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간에 아둔한 무신론자나 종교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나오는데, (물론 허용하는 기간도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약간 실망했다. 종교가 있든 없든, 다 똑같은 사람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진해 나갈 수 있는 인격체들인데 말이다. 또한 나 역시 무신론자쪽에 가까운, 무교에 해당하니... 좀 아쉽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조직에 끼어들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엿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물론 그럴 기회는 없겠지만.

이 책은 끝이 있다.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끝이 없을 것이다. [프리메이슨의 미래]를 마지막 장으로 끝나듯이, 프리메이슨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비밀결사체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될 비밀결사체가 될 것이다. 그들의 미래가 밝을 지 깜깜할 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비밀의 해저 속에서 생기 넘치는 물고기들처럼 더욱 발전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그 발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에 의해, 어디서 집결되었는지 모르는 미지의 장소에서...

내 비밀스런 서평에 약간 실망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일일이 타이핑 할 수가 없다.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비밀, 일대 사건들을 일일이, 아니 핵심만 짚어 낸다고 해도 날밤을 새우게 될 것이다. 서평을 시리즈로 쓸 것도 아니고 난 그렇게 못한다. 책 자체가 비밀스러워서 그런지 나의 글 또한 비밀스러운 것 같다. 당부할 것은 프리메이슨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인터넷 창에 프..리..메..이..슨... 독수리 타법으로 꾸역꾸역 키보드판을 두드리지 말고, 이 책을 사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라.

그 누가 단돈 15,000원에 남의 비밀을 캐낼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거대한 비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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