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살인 현장을 본 사람들은 사형 존치론자가 되고 처연한 사형집행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형 폐지론자가 된다고 한다.˝
조갑제 할배가 명민하고 부지런했던 시절에 쓴 논픽션. 꼼꼼 집요하게 취재하고 기록을 검토한 흔적이 행간에 묻어있다. 민중의 몽둥이 경찰, 엘리트 검사 영감님, 근엄한 판사 나으리가 힘없고 돈없는 사람을 고문하고 바보 만들어 목 매달아 죽이는 이야기를 파헤쳤다. 10년 가까이 묵은 사법살인사건이었지만 글로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고 소추했다.
책은 나같이 부족한 인간을 달래고 겸손하게 만드는 매체다. 감정에 휘둘리는 나를 붙들어 매어 다독인다. 조갑제 할배가 내 면전에 있다면 그가 아무리 옳은 말씀을 찌껄여도 나는 귀를 막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쓴 ‘괜찮은 책‘을 앞에 두곤 ˝한번 읽어볼까? 아니다 싶으면 덮으면 되지.˝하고 한걸음 물러서 받아 들이기도 한다.
경북대 김두식 교수님이 이 책을 저서와 자신이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자주 추천했었다. 1986년에 초판을 찍었고 2015년에 재출간되었다.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니 재출간본도 절판상태였다. 그런데 이 레어템을 올해 집 근처에 생긴 능평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을 다니는 묘미는 이런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