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Kingsman: The Secret Service』

영어 만화책을 읽었다.
영어를 주제 삼아 파고 든 교육만화가 아니라 대사, 배경글을 영어로 쓴 영미제 그래픽노블이었다. 바로 『Kingsman: The Secret Service』(글 Mark Millar / 그림 Dave Gibbons, Marvel Comics), 올해 초 한국에도 개봉한 영화『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의 원작.

영어 말하기 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읽었다.
사놓은 오픽 교재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영어문장 몇 줄 더 읽는다고 말하기 실력이 늘 리 없지만 시험을 앞두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다. 뭐라도 시도하고 싶었다. 그게 회사비용으로 치르는 시험을 앞두고 내가 갖출 수 있는 예의였다.

지난 여름휴가 때 본 영화 『킹스맨』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플롯은 식상하기 그지없었다.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주인공이 조력자의 도움으로 기회를 얻고 고난을 헤쳐 나가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매너가(철컥) 사람을(철컥) 만든다(철컥)`는 명대사로 시작하는 액션장면, 주류를 조롱하는 감독의 센스, 폭력이 잔인하게 난무하는 장면에 깔리는 경쾌한 음악,
`s`를 `th`로 발음하는 악당대장(새뮤얼 잭슨) 같이 독특한 매력요소들이 주된 음식보다 맛있는 토핑이 되어 영화에 듬뿍 끼얹져 있었다.

그래픽노블도 큰 틀은 영화와 비슷했는데 영화화 과정에서 각색된 점이 있었다.
철제의족으로 상대방을 갈라버리는 여자 가젤이 원작에서는 남자였다. 영화제작진은 가젤 역으로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를 섭외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여친 살해혐의로 구속되어 계획이 어그러졌다.
악당대장도 젊고 훤칠한 백인에서 스냅백 쓴 늙은 흑인으로 바뀌었다.

내 영어실력이 짧아서 킹스맨에 나오는 문장과 단어 모두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일이 사전을 찾다가는 힘 빠지고 지겨워질 것 같아 무시하고 그냥 넘어갔다. 영어원서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데 그래픽노블은 문자텍스트량이 적어서 부담이 덜했다.

오픽 시험장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킹스맨을 다 읽었다. 시험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녹음상태 점검을 위해 샘플답변을 녹음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픽노블에서 본 대사를 써먹어보았다.

˝I`m f**king bloody Duri Lee.˝

유용한 표현은 하나도 기억 안났다. 욕과 性스러운 속어만 밝은 별이 되어 머릿속에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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